“제작거부로 출연료 미지급 맞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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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갑 한예조 정책위원장, “출연료 미지급은 방송사 ‧ 제작사간 구조적 문제”

“일한만큼 받고 싶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에 소속된 조합원 중 70% 이상은 연 수입 천만 원 이하로 살고 있다. 이 돈마저도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게 부지기수다. 출연료 미지급은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었다. 2008년 60억 가량의 미지급 상황에 노조는 파업으로 맞섰지만, 현재 여전히 37억 원 가량이 미지급 된 상태다. 미지급 사건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 꼴이다.

▲ 문제갑 한예조 정책위원장. ⓒPD저널
문제갑 한예조 정책위원장은 “출연료 미지급은 구조적 문제”라고 확신했다. 방송법 외주제작비율고시에 따라 방송사들은 총 편성시간의 40% 내에서 외주제작을 하고 있다. 외주제작 대부분은 드라마와 오락이다. 문 위원장은 “방송사가 자체제작 때보다 30%가량 제작비를 줄이고 있다”며 “수백 개의 외주제작사가 생존을 위해 저가 덤핑 발주를 남발하며 막장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관계는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다. 제작사는 방송사의 이익만큼 적자를 안고 시작해 누적 적자는 점점 커진다. 하지만 일본 ‧ 동남아 판권수익과 협찬 등을 기대하며 제작에 나선다. 그러나 한류열풍이 지난 지 오래라 판권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협찬수준도 5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게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방송사가 사용자로서 압력을 주면서도 사용자 의무에선 자유롭다고 비판했다. “방송사는 시청률이 낮으면 조기종영을 해버린다. 캐스팅에서도 입김이 작용한다. 특정 연예인을 섭외 못하면 방송편성을 줄 수 없다는 식이다. 이 경우 제작사간 과열경쟁으로 해당 배우의 몸값이 높아진다. 그 결과는 방송노동자의 출연료 미지급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방송사는 스텝이나 배우를 책임지는 사용자 의무에선 자유롭다.”

한예조는 크게 ‘출연료 미지급 해결’과 ‘출연료 지급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방송사의 적극적 해결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예조는 방송사에게 △출연료 지급능력이 입증된 제작사 선정 △스텝료와 출연료는 출연자에게 직접 지급 △드라마 ․ 오락으로 편중된 외주제작을 교양이나 뉴스로 분산할 것 등을 요구했다.

문 위원장은 이어 “미국방송사는 제작권 대신 송출권만 갖고 있다. 콘텐츠 유통역할만 하는 게 시대적 추세”라며 “제작은 제작사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또 “배우들은 일생동안 캐스팅과 퇴출을 반복한다. 캐스팅을 위해 늘 노력하고 준비한다. 일정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외주제작사도 부실한 곳은 퇴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예조는 탤런트 조합원만 2천명이 넘는다. 배용준, 김명민 같은 스타부터 신인배우까지 사실상 모든 방송예술인이 여기 속해있다. 문 위원장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7월 중 외주제작 촬영을 전면 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기자회견에서 제작거부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파업 당시에는 MBC <이산> 제작만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방송 3사의 아침 ‧ 주말 드라마 제작이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 한예조의 ‘최후통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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