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와 KBS에서 잇따르는 언론인들의 집단 삭발 투쟁이 언론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MBC에선 파업과 관련한 부당징계에 항의하며 노조 집행부와 PD들이 자발적으로 삭발을 감행했고, KBS에선 〈추적60분〉의 보도본부 이관에 반발하며 십 수 명의 PD들이 삭발 투쟁에 나섰다.
이들이 머리를 민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맥락은 동일하다. 비판의 싹을 잘라내려는 시도에 저항하는 차원에서다. 특히 〈추적60분〉의 보도본부 이관 문제를 두고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묘한 동질감 속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MBC 일부 PD들은 “KBS 조직개편은 MBC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MBC 시사교양국 ㄱ 부장은 “KBS에 PD저널리즘을 인정하지 않는 경영진이 왔으니 PD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들이 혹시 MBC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사교양국의 ㄴ PD는 작금의 상황을 ‘순망치한’이라고 설명하며 “KBS 다음은 MBC 차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재철 사장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KBS 조직개편이 완료되면 MBC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 이후 이명박 정권은 PD저널리즘, 특히 비판적 탐사보도를 싫어한다”면서 “표면적으로는 객관성이나 공정성과 같은 이유를 들지만 실제적으로는 비판적 보도를 싫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공공연히 PD저널리즘을 폄훼해 왔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PD수첩〉 제작진 기소에 대해 논평하며 ‘사회적 흉기’라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과 방송문화진흥회 일부 이사는 MBC 시사프로그램의 통폐합을 요구했고, 실제로 엄기영 전 MBC 사장은 지난해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 통폐합을 검토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MBC PD들은 “KBS의 상황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ㄷ PD는 “방문진 이사장이 바뀌고 감사가 새로 선임된 만큼 MBC 내부적으로나 유무형의 압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MBC의 상황은 준동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이 목표하는 바가 연임이나 연임 이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라면 조직을 근본적으로 흔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권 들어 거세진 ‘PD저널리즘’에 대한 공세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PD저널리즘과 기자저널리즘을 구분하는 자체가 우습다”며 “만드는 방식의 차이이지 저널리즘의 본질이 다른 것이 아닌데 사장이나 경영진이 색깔을 덧칠하거나 꼬리표를 붙여 규정짓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