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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집행부 탄액투표 결과를 둘러싼 딜레마
  • 승인 200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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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kbs는 연일 혼란스럽다. 노동조합과 관련된 문제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씨다. 회사의 사내 전산망에는 노동조합과 관련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또 지난 주 pd들의 집회를 시작으로 다른 직종의 사원들까지도 노동조합의 진로를 걱정하는 집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contsmark1|부위원장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파문과 소위 ‘존나기’라고 불리웠던 밀레니엄 개막 코미디 창사 기념품 선정과정에 위원장 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세계 3대 공영방송이라는 kbs에 다니는 내게 자괴감만을 안겨주고 있다.
|contsmark2|음모론 역시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현재의 노조를 흔들기 위한 음해세력이 있다”, “전임 노조위원장들이 휴양시설을 개인의 이익을 착복하고 대기업에 넘겼다” 등 서로가 서로를 음모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현재의 상황 역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음모인가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contsmark3|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던 탄핵투표를 둘러싼 현재의 논란 역시 나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프로그램의 출장 때문에 탄핵투표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움이 더 하지만 어찌됐든 탄핵투표는 부결이었다. 현 집행부를 탄핵하는 수가 지지하는 수보다 명백히 많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contsmark4|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출발 드림팀!!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이 구호는 언제 들어도 옳다. 역시 현실에선 구두선에 불과 한 구호인가? kbs내에는 현재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더 거세어지고 조직화되는 느낌이다.
|contsmark5|노동조합의 규약이 부결이라고 현 집행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는데 스스로 지키자고 만든 규약을 조합원들이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으로 투표하고 나온 결과라면, 그리고 민주적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라면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나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는 것인가, 민주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살고 있는가. 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가.
|contsmark6|그렇다고 해서 조합집행부가 목소리를 높일 입장도 아닌 것 같다. 지난 탄핵 투표가 승자를 가리는 투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탄핵이 가결되어도 이미 우리는 이번 탄핵논쟁에 있어 패배자이기 때문이다. 승자가 있을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contsmark7|정체를 알 수 없는 쓰라린 비참한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사건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정말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contsmark8|그렇다고 해서 내가 현 집행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도덕성을 상실한 현 집행부는 조합의 개혁을 부르짖을 자격을 상실한 부적격자임이 판명됐기 때문이다. 조합원 없이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래봐야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닌가.
|contsmark9|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조합 집행부 끌어내기 방식도 역시 맘에 들지 않는다. pd들은 현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조합탈퇴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지만 행동을 같이 할지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contsmark10|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그랬던가. 하지만 이제 스스로를 알고 떠난다 해도 그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이미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임기를 다 마치고 떠난다 하면 그 모습은 어떠할 것인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contsmark11|김정중 kbs 기획제작국 pd
|contsmark12||contsmar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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