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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LA통신원= 이국배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적어도 올해부터는 그렇게 말해도 무리는 없다. 영국의 스포츠 시장 분석 기업, 이니셔티브 스포츠 퓨처스(Initiative Sports Futures)에 따르면 월드컵 국가별 시청률에서 지난 1998년 미국은 23위에 불과했지만, 2002년에는 13위,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8위로 뛰어 올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도 이제 월드컵이다’라는 명제를 확인 시켜주는 대표적인 예는 미국 교포들이 이제는 대한민국 방송사들이 진행하는 한국어 월드컵 중계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역설적으로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월드컵을 독점 중계해 왔던 ESPN, 즉 ABC 방송은 이번 월드컵부터 한국어를 비롯한 30여개 언어의 미국 내 외국어 중계권을 모두 사들였다. 지금 ESPN3.com에서는 한국어나 일본어로도 월드컵 생중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한국어 중계를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SPN은 이미 2014년까지 월드컵과 여성 월드컵 중계권 모두를 1억 달러의 중계료를 FIFA에 지불하고 매입했다.

지난 1994년 1100만 달러, 1998년 2천 200만 달러가 미국의 월드컵 중계료였던 것에 비하면, 월드컵이 열릴 때 마다 미국 내 중계료는 2배 이상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SPN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맞아 멀티 플랫폼(Multi platform)을 구성했다. ESPN은 현재 남아공 월드컵 54개 경기를 5개 국어로 생중계하는 ESPN3.com같은 온라인 HD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비롯해, 미국 내 모든 이동 통신사를 망라하는 모바일 폰 중계를 하고 있다. ESPN의 월드컵에 대한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미국에서 월드컵이 갖는 향후 시장성에 대한 확신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7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ESPN과 유니비전(Univision)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 중계 광고 수주 목표를 거의 100%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멀티 플랫폼 구성을 통한, 광고시장 확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월드컵에 대한 이 같은 변화는 중계 방송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6년 ESPN은 야구경기 진행이 본업인 데이브 오브라언을 월드컵 중계 아나운서로 캐스팅했다가 진행자의 축구에 대한 무지로 인해 축구팬들의 적지 않은 비난을 산 경험이 있다. 그런데 올해 ESPN 월드컵 중계 방송에서는 단 한마디도 미국식 영어를 들을 수가 없다. 2010년 ESPN스튜디오의 진행자와 해설자 모두는 영국의 축구 전문 캐스터들이다. 이들 영국인 캐스터들의 임무는 세련된 축구팬 시청자를 기준으로 방송함으로써, 미국 축구 경기 중계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들의 풍부한 축구 지식을 통해 아직은 축구 초보인 미국의 시청자들을 새로운 축구팬으로 만드는 일이다. 올해 ESPN은 월드컵 중계를 “절대 미국화하지 않겠다”(de-Americanization)는 정책을 분명히 했다.

▲ LA통신원= 이국배 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미국인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인종별 지형 변화와 관계가 깊다. 2010년 미국 인구센서스 조사결과, 미국 내 라틴계 인구는10년 전에 비해 무려 40%(약 1400만 명)가 증가해, 이제 약 5000만 명에 달한다. 1400만 명이라는 수치는 지난 10년간 증가한 미국인 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이미 미국의 4개주에서는 과거의 소수민족이 과반을 넘어 말 그대로 이제는 더 이상 소수민족이 아니다. 인종별 구성의 변화는 문화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는 흑인 대통령 탄생의 배경에도 해당이 되겠지만,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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