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석 “‘PD수첩’은 대한민국을 증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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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공판서 검찰-변호인-증인 ‘신경전’…판사, 민동석에 ‘버럭’

민동석: 변호인이 의도를 갖고 질문을 하고 있다.
변호인: 증인은 기억나는 사실만 답변하고, 답변하기 싫으면 답변하지 않아도 된다.
민동석: 지금 나를 테스트하나. 이춘근 PD와 인터뷰 할 때에도 모르는 상태로 했다가 당했다.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제작진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상훈)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선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증인으로 참석한 민동석 전 한미FTA 쇠고기협상 수석대표 간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먼저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이뤄진 검찰 측 주신문에서 민동석 전 대표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한미 양국의 우호적 관계와 과학적 근거 등을 고려한 충실한 협상이었다며 비교적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졸속협상과 부실협상 문제를 집중 추궁하자 줄곧 비협조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 재판부로부터 거듭 제지를 받았다.

민 전 대표는 변호인의 질문에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거나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나와 상관없는 건 묻지 말라”며 시종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에 답변하고, 기억이 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아도 좋다”며 수차례 타일렀다.

판사 “그만큼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하지만 민 전 대표는 계속 해서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불만을 제기했다. 끝내 참다못한 이상훈 부장판사가 “계속 그런 태도로 재판에 지장을 초래할 것인가. 관련이 있고 없고를 왜 증인이 판단하나. 재판을 증인이 하나. 그만큼 설명했으면 알아들어야 하지 않나. 검찰 주신문에 응했으면 반대신문에도 응할 의무가 있다”며 꾸짖어 한때 재판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국 재판은 10분간 휴정됐고,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과 면담을 가진 뒤에야 공판이 속개됐다. 약 6시간 만에 증인 신문이 모두 끝난 뒤 민 전 대표는 “언성을 높여 죄송하다”며 재판부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다. 검찰 측은 “2008년 4월 29일 〈PD수첩〉 방송과 준비 과정에서의 피고인들의 인식이 형사 재판의 판단대상”이라며 “방송 이후 국정감사에서 나온 증거 등의 자료를 들이대며 총체적 협상의 잘못을 묻는데 대해 재판부는 제지해야 한다”고 견제에 나섰다. 이에 변호인 측은 “검찰이 피고인의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신문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번 공판에선 협상 배경부터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공소사실에 없는 질문을 한 것은 검찰 측도 마찬가지 입장 아닌가. 주신문에서 협상 관련 방대한 배경과 증인의 생각까지 묻고 이제 와서 재판부에 엄격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검찰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함께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민동석 전 대표는 이날 “〈PD수첩〉이 미국을 김정일의 북한보다 위험한 나라 취급하고 ‘상상 광우병’을 만들어 촛불과 같은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켰다”면서 “대한민국을 증오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은 증오와 이념 문제임을 확신한다”면서 수백 장 분량의 피해자 진술서와 최근 자신이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을 증거로 함께 제출했다.

〈PD수첩〉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제42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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