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김의찬 의 영화보기 "파인딩포레스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흑인소년, 천재 백인작가의훈훈한 우정

|contsmark0|‘글쓰기’에 관한 영화는 언제나 특별하게 다가온다. 글쎄, 평론이라는 것도 결국 글이나 말로 뭔가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제인 캠피온 감독의 ‘내 책상 위의 천사’ 같은 영화를 오랜 동안 소중하게 기억하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 글을 쓴다는 행위를 자신의 ‘운명’으로 간직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을 남달리 좋아한다.
|contsmark1|개인적으로, ‘파인딩 포레스터’는 별 기대 없이 본 영화였다. 줄거리도 귀동냥으로 알고 있고,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전작인 ‘굿 윌 헌팅’과 흡사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 정도였다. 그저 그런 범작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contsmark2|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새삼 감탄했다. 2시간에 육박하는 상영시간동안 내내 감탄스러운 마음이 든 작품을 만난 건 오랜만이다. 왜였을까? 아마도 세상과 철저하게 결별한 노작가를 연기하는 숀 코네리의 연기 탓이었을 것 같다.
|contsmark3|‘파인딩 포레스터’는 어느 흑인소년, 그리고 천재 백인작가의 우정에 관한 영화다. 흑인 소년 자말은 동네에서 은둔하고 있는 한 남자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는 자신의 방에 철저하게 숨어살면서 절대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contsmark4|차츰 이 남자에 접근하던 자말은 그가 천재작가로 칭송받는 윌리엄 포레스터임을 알게 된다. 윌리엄 포레스터는 자말을 특별하게 여기면서 직접 글쓰기를 가르치고, 그에게 삶의 교훈을 일러준다.
|contsmark5|그리고 자말 역시 세상과 단절한 이 우울한 노인에게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파인딩 포레스터’는 일견 미국의 대문호 j.d 샐린저를 작품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contsmark6|‘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작품으로 천재로 인정받았지만 부인에게선 “남편의 정신적 학대”를 이유로 이혼 당했고, 인터뷰를 기피했으며 어른들보다는 아이, 특히 문학에 관심있는 고교생들과 대화하길 즐겼던 j.d 샐린저의 이력은 영화 속 윌리엄 포레스터와 흡사하다. 그리고 윌리엄 포레스터의 작품 이야기도 ‘호밀밭의 파수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남긴다. 여하튼 특이하고 괴팍하기 그지없으며 마치 딴 세상 사람 같은 소설가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셈이다.
|contsmark7|‘파인딩 포레스터’는 앞서 말했듯 그저 그런 범작이다. 자말과 윌리엄 포레스터라는 인물들의 우정담은 훈훈하지만 때로 영화의 흐름이 덜그럭거린다. 특히, 자말이라는 소년이 문학과 스포츠 등 다방면에 천재 기질이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은 얼핏 공감하기 쉽지 않다. ‘굿 윌 헌팅’에 비해 특별하게 새롭다고 하긴 힘든 작품이다.
|contsmark8|그럼에도 이 영화는 감동적이다. 대인기피증이 있으며 지나치게 섬세한 탓에 세상과 유리된 윌리엄 포레스터 역의 숀 코네리는 대문호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연기한다. 고지식하고, 현명하지만 철저하게 외로운 작가를. 그는 나이가 한참 어린 흑인 소년에게 위대한 작가들의 시와 소설을 읽어주고, 직접 글쓰는 훈련을 시킨다.
|contsmark9|“생각하지 말고 써. 일단 감성이 먼저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나중이다” “글이란 건 모름지기 글맛이 있어야하는 거야” “글짓기 대회? 딱 한번 나가본 적 있지. 퓰리쳐 상을 받을 때” 영화엔 이렇듯 문학에 관한 짧지만 재치있고 아름다운 경구들이 쉴새없이 흘러나온다.
|contsmark10|이따금씩 과연 영화가 무엇인가, 산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파인딩 포레스터’의 주옥같은 대사들, 그리고 숀 코네리가 어린 소년에게 인생과 예술의 소중함에 관해 옛이야기를 하듯 다정하게 말하는 모습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contsmark11||contsmark1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