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에게 필요한 건 ‘쿨’이 아니라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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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에게 필요한 건 ‘쿨’이 아니라 ‘예의’다
[민임동기의 수다떨기] 이효리 방송출연 논란을 보며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10.07.0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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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이효리보다는 방송사가 더 욕(?)을 먹어야 한다. ‘표절 파문’에도 불구하고 ‘이효리 상품성’에 더 방점을 찍고 방송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건,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녹화 시점이 표절 파문 이전인지 아니면 이후인지 여부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찌됐든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시점은 표절 파문이 불거진 이후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하몽쇼〉 첫 회는 도대체 뭘 보여주고자 했는지가 애매모호할 정도로 콘셉트가 엉망이었다. 표절 파문에 휩쓸렸지만 이효리에 기대어 가겠다는 심산이었을까. 지난 4일 방송된 SBS 〈하하몽쇼〉 ‘이효리 편’ 논란의 1차적 책임은 SBS에게 있다.

물론 반론도 제기된다. 이효리 스스로 방송 출연을 고사했어야 했다는 게 그것이다. 이 반론을 펴는 쪽은 ‘이효리 편’이 표절파문 이전에 녹화된 것이라 해도 ‘그’가 가수로서 활동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에 더 무게를 싣는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정리하면 녹화 시점이 표절 파문 이전이라 해도 이에 상관없이 본인이 방송 나가는 걸 ‘거부’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 지난 4일 KBS 2TV에서 방송된 '야행성' 화면캡쳐.
글쎄, 솔직히 후자의 지적과 관련해 이해하는 면이 있지만 그건 본인보다는 방송사가 판단할 영역이지 않을까 싶다. 설사 본인이 ‘거부 의사’가 있었다고 해도 문제는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본인이 거부할 의사가 있었는지 ‘사실 확인’도 해야 하지만 설사 그런 의사가 있었다고 해도 프로그램 녹화는 이효리 혼자서 한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한 것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방송불가’가 쉽지 않다.

어찌됐든 편성권은 방송사에게 있다. 방송을 할 지 여부는 방송사가 1차적으로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SBS의 ‘이효리 편’ 방송 강행은 〈하하몽쇼〉를 띄우기 위한 무리수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난 4일 방송된 SBS 〈하하몽쇼〉 ‘이효리 편’ 논란의 1차적 책임은 SBS에게 있다.

2.

사실 지금 여론의 질타는 SBS 〈하하몽쇼〉에 집중되고 있지만 같은 날 KBS 2TV에서 방송된 〈야행성〉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이효리는 4일 SBS 〈하하몽쇼〉에 이어 같은 날 저녁 KBS 2TV 〈야행성〉에도 출연했다. 이날 방송된 〈야행성〉의 녹화 시점이 언제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하몽쇼〉와 마찬가지로 표절파문 이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후일수도 있다.

문제는 녹화된 시점이 아니라 방송된 시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어찌됐든 방송을 내보낸 시점은 표절 파문이 불거진 이후다. 그것도 SBS 〈하하몽쇼〉가 오전에 방송되고 난 이후 인터넷이 한번 들끓은 후였다. 하지만 KBS는 〈야행성〉 ‘이효리 편’을 그대로 방송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 때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수도 있고, 이효리의 상품성을 그만큼 높이 평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야행성〉은 자칫 KBS와 이효리를 동시에 죽일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야행성〉에서 MC들이 일반시민들에게 ‘한국 최고의 여가수는 누구?’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효리”라는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이지 표절 파문을 생각했을 때 부적절한 장면이었다. 이효리를 생각(?)했다면 이건 ‘걸렀어야 했지만’ KBS는 이 부분을 그대로 내보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난 4일 방송된 SBS 〈하하몽쇼〉와 KBS 〈야행성〉 ‘이효리 편’ 논란의 1차적 책임은 SBS와 KBS에게 있다.

▲ 지난 4일 KBS 2TV에서 방송된 '야행성' 화면캡쳐.
3.

그럼 이효리 ‘책임’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SBS 〈하하몽쇼〉와 KBS 〈야행성〉은 일단 녹화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오는 11일 SBS에서 새롭게 전파를 타는 주말 버라이어티 ‘런닝맨’은 녹화 시점이 정확히 표절 파문 이후였다. 물론 가수로서의 활동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별개의 사안일 수도 있다. 이효리가 가진 예능의 장기와 상품성을 고려하면 ‘그’의 예능 출연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게 이상할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게 더 프로답고 ‘쿨’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미 SBS 〈하하몽쇼〉와 KBS 〈야행성〉의 녹화를 마친 상태였다면 SBS ‘런닝맨’ 출연은 하지 않는 게 더 적절했을 것 같다. 그건 ‘쿨’ 이전에 ‘예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표절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수활동을 당분간 접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지녀야 하는 ‘자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표절 파문과 관련해 이효리를 '피해자'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견해를 보이는 이들도 많다. 이효리는 지금까지 어려움이 발생할 때마다 나름 ‘쿨 한 태도’를 바탕으로  정면돌파를 해왔는데 이런 점이 지금의 ‘자신감’을 형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있고 상황이 있는 법이다. 지금 이효리에게 필요한 건 ‘쿨’이 아니라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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