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집단지성이 KBS 파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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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새노조의 힘은 조합원들의 집단지성과 집단행동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소수의 집행부가 ‘이끌어가는’ 투쟁이 아니라는 얘기다. 엄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그 어느 때보다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높다”며 “국민들에게 KBS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PD저널

-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 열기가 뜨겁다.
“주말(3~4일)을 거치면서 사측의 회유와 압박이 거세 걱정을 했는데, 조합원들이 동요치 않고 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 파업 대오가 강고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단협 결렬, 공정방송 쟁취 같은 추상적인 구호보다 그동안 쌓인 불만 때문이다. KBS 구성원들은 지난 2년간 폭발 일보 직전까지 억눌려왔다. 상명하복의 억압적 구조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은 무너졌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자·PD들은 ‘이건 아니다’라고 수백번 되뇌었다. 이런 불만들이 파업으로 분출됐다.”

- 사측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뭘까.
“회사는 가급적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파업을 막아 새노조의 기를 꺾으려 하고 있다. 추후 단체협약을 맺더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회사도 외부에 강경대응으로 비춰지는 것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고 있다. 또 사측은 우리 파업이 단협 결렬 때문이 아니고, 공정방송을 위한 것이라고 역으로 선전해주고 있다. 시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파업이 오래갈수록 사측은 여론전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수신료 문제 등에도 정치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 ‘1박 2일’ 등의 방송 차질로 불편을 겪는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되는 건 기본적으로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는 건강한 오락과 더불어 보도·시사의 공익적인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지금 건강한 예능은 각광받고 있지만, 다른 한 축은 무너져 있다. 이대로라면 예능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이다. 새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 일각에선 성과 없이 파업이 끝나면 새노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힘을 가진 회사가 버틴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의 실망이 크겠지만, 이번 싸움은 새노조를 만든 이유에 대해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조직력이 강화됐고, 외부에서도 KBS 새노조를 많이 알게 됐다. 파업을 통해 KBS에도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1000명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실제로 응원해주는 분도 많고, 후원계좌로 성금을 보내주기도 한다. 파업이 끝나더라도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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