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중인 중국의 법률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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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 중인 중국의 법률 프로그램
[글로벌] 중국=이재민 통신원
  • 북경=이재민 통신원
  • 승인 2010.07.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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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법학과 입학 커트라인은 최근 수년째 많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문계열의 황제학과 노릇을 하기에는 많은 거리가 존재한다. 세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중국의 법치제도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법보다는 ‘꽌시’ 즉 사회적 인맥에 의해서 처리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법률 관련 프로그램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는 흔히 방속국의 경영비용 창출처라고 불리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바짝 뒤쫓으면서, 각종 장르 중 쇼프로보다도 높은 시청률 2위의 자리를 꿰어 차고 있다. 과연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에서 법률 프로그램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 중 한가지는 경찰당국이 파헤쳤던 사건들을 전문가가 출연하여 분석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주로 CCTV 1채널 등 핵심 방송국을 통해서 방송되면서 상당한 권위적 지위를 부여 받고 있다.

▲ 중국 CC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오늘의 법(今日说法)>
하지만 진정으로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는 유형은 ‘재연드라마 결합형’ 프로이다.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진행자가 설명하면서 법적인 의미를 파헤친다는 면에서는 동일한 양식을 취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연기자들이 출연하여 재연드라마를 펼치면서 드라마+해설의 형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은 사건을 시간순서대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역순으로 풀어가면서, 먼저 황당한 결과를 보여주고, 그 사건의 발생 경위를 설명하는 형식이다. 특히 이러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기자들은 신인배우들로서, 많은 출연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방송국으로서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방송국을 기쁘게 해주는 프로그램도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동질화 현상이다.

가장 유명한 <오늘의 법(今日说法)>과 <경제와 법(经济与法)>이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두 프로는 프로그램 소재 선택에 있어 중복되는 경우가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골메뉴로는 결혼과 관련된 혼인분쟁이 단연 으뜸으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성간의 감정에 기반한 분쟁, 노인부양문제 및 상송권 문제, 상품 및 서비스 품질 분쟁, 의료분쟁, 명예훼손, 교통사고, 정부기관의 행정착오에 의한 분쟁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소재가 중복되는 이유는 이들 프로가 신문에 보도된 최근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심지어는 한 주에 방송된 내용이 동일한 사건을 다루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보다 더욱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범죄사건의 오락화’현상이다. 법률 프로그램들은 대중에게 법률지식을 함양시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의식을 고양시킨다는 명분을 달고 있으나, 시청률경쟁이 일면서 범죄사건의 흥미 있는 이야기 거리로 취급한다던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조작해 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소재로 삼아서, 그들의 소송과 재판과정을 소개하다 보니, ‘법률 프로그램+연예가중계’식의 프로로 변질되고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침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결국 미디어의 윤리를 어디에서 보장받을 것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북경=이재민 통신원/ 게오나투렌 중국투자자문 이사, 북경대 박사
사실상 이러한 법률 프로그램의 탄생은 중국 당국이 범죄드라마가 선정적이며 모방범죄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방송시간을 자정 가까운 시간대로 제한하면서 시작되었다. 결국 정부의 ‘정책’ 하에서 방송국들의 ‘대책’을 만들어 낸 셈이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비판 속에서도 각급 방송국들은 더욱 자극적인 법률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오늘도 중국인들은 이 프로를 보며 저녁 황금시간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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