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MBC 생방송 사찰, 언론자유 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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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미디어행동 “일개 경찰 실수 아냐…경찰청장 사퇴”

경찰의 MBC 라디오 생방송 대본 사전 검열 논란에 대한 언론계 비난이 거세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9일 성명을 내고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도 모자라 이제 방송사의 생방송 대본까지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성토하며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막장’이라는 말 이외에 어떤 다른 표현이 있겠는가”라며 “정권 출범 이후 끊임없는 언론장악 시도와 언론인 대량해고, 그리고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인을 내쫓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파문조차 아직 가라않지 않은 시점에 정권과 권력은 안하무인처럼 국민과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간 큰 짓을 서슴없이 자행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경찰의 MBC 스튜디오 무단 난입과 생방송 인터뷰 사찰은 단순히 일개 경찰의 공명심이나 실수로 비롯됐다고 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권력을 향한 줄서기와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법질서와 헌법적 가치조차 무시하는 독재적 사고로부터 나타난 필연적 행동”이라며 “한마디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찰청장은 헌법에서 보장한 언론자유를 유린한 불법 사찰 행위를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언론노조는 또 “김재철 사장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의 스튜디오 난입과 생방송 사찰은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땅에 떨어진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김재철 사장의 몫”이라며 김재철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미디어행동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권 이후 우리 방송의 자율성이 얼마나 탄압받고, 억압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방송에 대한 간섭과 부당한 압력이 커질수록 방송자유를 지키려는 언론인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뿐이다. 시민사회도 언론인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경찰청 박 모 경위는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 진입해 당시 인터뷰가 예정돼 있던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의 인터뷰 대본을 요구했다. 이에 ‘사전 검열’, ‘방송 사찰’ 파문이 일자 담당 경찰은 MBC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MBC 안팎에선 책임자 문책과 진상 규명, 경찰청장의 공개 사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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