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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배선경 통신원

바야흐로 영국의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 공연 축제인 글라스톤버리 페스티벌이 열렸고 다음 달에는 글로벌 문화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열린다. 잠깐의 여름햇살을 만끽하려는 듯 경쟁적으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들 사이에서 유독 늘 기다려지는 축제가 있다. 바로 BBC 프롬.

BBC 프롬은 클래식 음악축제다. BBC가 주최하면서 BBC 프롬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이 축제는 로버트 뉴만 이라는 한 개인의 후원으로 시작되었다.

사업가이자 음악감독이었던 뉴만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더 다양하고 훌륭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길 원했다. 이러한 뉴만의 철학은 지휘자 헨리 우드와 함께 실현됐다. 1895년, 헨리 우드의 지휘아래 1실링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머나드 콘서트(프롬: 관객들이 콘서트 장 안을 거닐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형식의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 영국 로얄 알버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의 모습 ⓒBBC
이것이 BBC 프롬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뉴만이 파산하면서 재정후원을 하는 곳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자유로운 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한다는 프롬의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1927년 드디어 BBC가 프롬을 인수하면서 프롬은 본격적인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프롬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프로그램은 더욱 정교해지고 안정되어갔다. 무엇보다 1947년 프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밤 콘서트가 BBC를 통해 처음으로 방송되면서 뉴만과 헨리 우드가 꿈꿔왔던 자유로운 클래식 축제는 더 많은 대중들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

프롬이 첫 방송을 탄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약 두 달 동안 로얄 알버트홀에서 열리는 전 프로그램이 BBC 전파를 타고 대중들을 찾아간다. 주요 프로그램들이 BBC1과 BBC2를 통해 방송되고 프리뷰 채널인 BBC4를 통해서는 더 많은 공연을 볼 수 있다. 물론 BBC 라디오와 BBC 아이플레이어를 이용하면 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뉴만이 원했던 ‘쉬운 무대’ 이상의 무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BBC 프롬은 늘 새로운 도전이 있다. 1961년에는 오페라 ‘돈 지오바니’가 프롬 무대에 올랐고 1970년에는 난대 없이 ‘소프트 머신’이라는 팝 그룹이 프롬과 함께했다. 1996년에는 프롬을 밖으로 끌어내어 야외공원에서 챔버 공연을 시작했고 1998년에는 BBC 어린이 프로그램 이름을 딴 블루피터 프롬을 열어 가족단위의 관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 영국=배선경 통신원/ LSE(런던정경대) 문화사회학 석사
올해는 BBC 인기 드라마인 ‘닥터후’ 프롬이 다시 무대에 등장할 예정이다. 매년 새롭게 진화하는 프롬이지만 그 도전 뒤에는 대중들을 끌어안는 친절함이 배어있다. 그래서 늘 기다려지는 걸까? 축제는 16일부터 시작이다.

마치 원형 극장안을 소란스럽게 했던 셰익스피어의 관객들처럼 이 클래식 축제의 무대 한가운데 서서 함께 웃으며 소리치며 박수치기를 원한다면 5파운드를 들고 프로머(프롬 관객들)들의 긴 줄에 동참하면 된다. 참 쉽다. 뜨거운 여름 한철 내내 (58일동안) 대중과 함께 벌이는 이 한바탕 클래식 축제와 그들의 쉬운 무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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