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따져보기]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얼마 전 뉴스에서 특별한 전시회 소식을 접했다. 바로 ‘2010 MBC 트릭아트전’이다. 이 전시회는 2차원의 평면 회화를 원근법과 빛의 반사를 이용해 3차원의 입체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그동안 관람객이 일반적으로 그림의 한 면만을 보았다면 여기에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제각각 달리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보는 이에 따라 같은 그림이라도 다르게 인식되어진다는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은 비단 이러한 전시회 속의 특정한 그림뿐만 아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모든 것은 다르게 보인다. 특히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방송프로그램이야 말로 누가 보느냐에 따라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는 기증받은 각막을 이식받은 시각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해 내는 내용이었다. 이는 비장애인들에게는 많은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지만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비장애인 중심적인 시각에 대해 당시 많은 장애인들은 좌절감을 느꼈다.

▲ KBS <해피버스데이>

마찬가지로 출산의 문제 또한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지난 봄 개편에 새로 시작한 KBS 〈해피버스데이〉의 경우 프로그램 내에서 시종일관 출산은 축복임을 강조한다. 또한 경제 성장처럼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치를 정해놓고 여성들에게 출산을 강요하고 있다. 출산의 순간이 축복이고 감동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순간의 감동에 비해 사회적 육아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일과 양육의 병행 어려움, 엄청난 육아와 교육비용, 경쟁을 심화시키는 교육정책 등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출산의 감동만을 강요하는 이 프로그램을 보는 여성들은 감동보다는 불편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저출산이 문제인 시대에 출산을 해야’ 하는 대의명제 앞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루저 발언’으로 시청자 사과 및 제작진 교체의 홍역을 치룬 KBS 〈미녀들의 수다〉의 경우와는 분명 상반되는 것이다. 이때 이 프로그램은 남성들의 거센 항의를 받자마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기반성을 하였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마음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방송에서 여성들의 몸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도 별반 고쳐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방송을 비롯한 우리사회의 주류 시각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방송에 다양한 시각들이 공존해야 함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방송에는 비장애인 남성들의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소개한 트릭아트 전시회에 대해 “관람객을 속이는 이 ‘트릭아트’의 본질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정관념”이라고 한 기자는 말했다. 마찬가지이다. 한가지의 시각으로 만든 방송은 결국 고정관념을 만들고 이는 나아가 차이가 아닌 ‘차별’을 낳게 된다. 무엇보다 방송을 만드는 이들은 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상생과 공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