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만남이 주는 흥분, 그 긴장감을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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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4]⑥MBC 표준FM 〈박혜진이 만난 사람〉 DJ 박혜진 아나운서

차가움과 우아함. 박혜진 아나운서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난 14일 MBC에서 만난 박혜진 아나운서는 웃음기 없는 앵커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결혼 2개월, 신혼생활의 달콤함 때문일까. 아니면 〈모두가 사랑이에요〉 이후 6년 만에 원하던 라디오로 돌아왔다는 흥분 탓일까. 마치 신입 아나운서처럼 들뜬 듯,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녀와의 만남이었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지난 5월부터 MBC 표준FM(95.9㎒) 〈박혜진이 만난 사람〉(오전 11시 20분~12시)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와 미니 다큐로 꾸며지는, ‘사람 냄새 나는’ 프로그램이다. “제 안테나는 예전부터 항상 라디오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접신’이 이뤄진 거죠. 인터뷰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는데 개편 때 마침 신설돼서, 운 좋게 진행을 맡게 됐어요.”

입사 10년차 베테랑 아나운서지만, 첫 방송은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차마 듣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에 대해 그동안 많이 연습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TV를 할 때보다 심리적인 촉감을 훨씬 직접적으로 느꼈어요. 요즘 인터뷰 하는 분들 모니터를 많이 하는데, 인터뷰에 정답은 없다지만, 정말 하면 할수록 어렵네요.”

▲ MBC 라디오 '박혜진이 만난 사람'의 진행자 박혜진 아나운서. 사진='박혜진이 만난 사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박혜진이 만난 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시작한 방송이다.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뭘 하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설렘도 있고 긴장감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결혼 생활도, 방송도 마찬가지죠. 매일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데 더 없이 즐거운 흥분 같아요. 그 긴장감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녀는 〈박혜진이 만난 사람〉을 “인문학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인생사에는 희로애락은 물론, 철학과 역사까지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그녀는 운동선수부터 연예인, 노숙인 작가까지 다양한 ‘역사’를 매일 접한다.

인터뷰이 선정에 제한은 없다. 중요한 것은 청취자들의 관심사다. 박혜진 아나운서도 종종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얼마 전 UFO 전문가와의 만남도 그녀의 개인적 궁금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박혜진 MBC 아나운서. ⓒMBC
출연자들 중 이창동 영화감독과의 인터뷰를 특히 인상적으로 꼽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묻자 엉뚱하게도 “소크라테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철학자들을 만나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A란 질문을 던졌을 때 예상 가능한 B라는 답변이 나와야만 좋은 인터뷰는 아닌 것 같다”는 그녀에게서 한방 얻어맞은 셈이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인터뷰를 “진실과 진심에의 탐구”라고 정의했다. “편안한 청자가 되어주는 게 좋은 인터뷰를 끌어내는 것 같아요. 게스트도, 인터뷰어도, 혼자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때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 그 상대가 바로 제가 된다면 좋은 인터뷰가 나올 수 있겠죠.”

그녀는 요즘 ‘좋은 청자’가 되기 위해 강연을 찾아 듣는 등 열심히 ‘단련’을 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 사전 자료조사부터 ‘내가 이 사람이라면 어떤 질문이 좋을까?’ 하는 “상상 속 시뮬레이션”까지 해보는 탓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신혼인데 밤마다 공부해요. 새벽까지 준비하느라 〈뉴스데스크〉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아요. 즐거운 프로그램을 만나서인지 그만큼 애정을 갖고 하게 됩니다.”

앵커 시절, 원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명쾌하지 않은 이유로 뉴스를 떠나야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과 시간들이 “맷집을 키웠다”고 담담하게 돌아보는 그녀의 바람은 “좀 더 자유해지는 것”. 경직되거나 관성화 되지 않으면서, “사고의 발랄함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싶다”는 박혜진 아나운서. 그래서 매일이 새로울 그녀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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