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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의 가장 큰 차이는 양방향성(interactivity)의 구현 여부이다. 올드 미디어에는 생산자(전달자)와 소비자(수용자)의 사이에 분명한 문화적 위상차(位相差)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드 미디어의 속성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위상을 지닐 수 없는 일방향적 구조를 지닐 수밖에 없다.

반면 뉴 미디어의 속성은 소통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양방향성이다. 뉴 미디어에서 생산자와 수용자는 그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종속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진다. 이런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뉴 미디어의 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 SNS는 싸이월드와 트위터다. 가만히 살펴보면 싸이월드와 트위터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우선, 싸이월드는 비슷한 사회적 위계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횡적 연대를 만들었다. 이 점이 성공의 비결이었고, 한동안 승승장구했지만 일촌 맺기로 정의되는 횡적 연대의 승인과정에 약점이 있었다. 유저 자신과 비슷한 공통점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과는 일촌을 맺기 어려운 비개방적 구조는 싸이월드를 폐쇄적 공간에 머무르게 했다.

트위터는 대단히 개방적이다. 확실하게 종적 위상차가 존재하는 상하관계의 사람들을 횡적 관계로 연결한다. 그래서 가정과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종적 관계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현재 트위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태생적으로 각인된 위계질서를 깨뜨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고, 이는 위계의 하위에 위치한 사람들만의 열망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계의 최상위에 위치한 이들도 자신과 비슷하지 않은 계급을 넘나드는 소통을 꿈꾼다. 실제로 트위터 유저의 상당수가 계급사회의 최상위 그룹에 위치한 사람들이고, 이들은 종적 위계질서를 넘어 동일한 가치관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트위터로 횡적 연대를 맺고 있다.

싸이월드의 일촌 맺기와 트위터의 종적 횡적 연대를 한 번에 가능하게 해 주는 SNS도 이미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페이스북(Face Book)이다. 페이스북은 벌써 전세계 5억명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해 향후 애플, 구글과 함께 뉴 미디어 전쟁 삼국지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의 특성은 사회계급과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무한 확장성에 있다.

왜 우리는, 정확히 방송 종사자들은 뉴 미디어에 주목해야 할까? 방송이 소통에 기반한 양방향성을 구현을 게을리 한다면, 제 아무리 지상파 방송이라도 구글과 애플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뉴 미디어 사업자에게 주도권을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공태희 OBS 예능제작팀 PD

슬프게도 올드 미디어 산업은 내수기반 산업이다. 수출 주도의 규모경제는 내수산업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 실제로 글로벌 대기업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이 국내 방송시장으로 흡수되던 선순환 구조도 이미 깨졌다. 그리고 올드 미디어를 이용한 광고 수주의 상당량은 뉴 미디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테면 이미 전 세계에 분포한 다수의 이용자가 참여하는 소셜 게임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같은 것을 말이다.

한국 방송은 먼저 위계적 문화 위상차에서 얻던 우월적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종적 횡적 소통이 가능한 양방향성 구현의 가능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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