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1년…민주당, 법리 뒤에 숨어 투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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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 1년…민주당, 법리 뒤에 숨어 투쟁하지 않아”
언론악법 날치기 1년 대토론회…시민단체, 언론인, 학자 등 민주당 책임론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0.07.22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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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1년을 하루 앞둔 21일 정장선 민주당 의원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언론악법 날치기 1년 대토론회’에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 ⓒPD저널

22일은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강행처리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신문의 종합편성채널 소유 등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을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앞세우며 언론법을 강행처리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는 종편 사업자 선정은커녕 어떤 기준과 방식 아래 몇 개를 허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선 종편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 언론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던 야당과 언론·시민단체 그리고 현업 언론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여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1년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정장선 민주당 의원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 주최로 열린 ‘언론악법 날치기 1년 대토론회’에서 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민주당 “언론법 날치기, 한나라당 1당 독재 위한 것”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 21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종편 채널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인쇄매체가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문방위원장)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젠 특정 채널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종편 채널을 선정하는 건 향후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의 방향 설정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년 전 각각 문방위원장과 당내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으로서 언론법 강행처리를 주도한 인물들이다. 언론법 강행처리의 ‘1등 공신’들로부터 종편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 여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1년을 하루 앞둔 21일 정장선 민주당 의원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언론악법 날치기 1년 대토론회’에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 ⓒPD저널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여당의 방송·통신융합, 일자리 창출, 콘텐츠 서비스 등의 산업적 구호는 선전용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방송의 구조개편을 통해 정권의 나팔수 만들기와 독점적이고 일방적인 여론형성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임이 입증됐다. 한나라당의 (계속된) 1당 독재를 위해, 한나라당이 원하는 뉴스만 영상으로 접하려는 욕망이 이성을 마비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방위 소속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며 향후 전선을 이렇게 예측했다.

“종편의 허가는 신문·방송 겸영 허가와 함께 가는 것으로, 문제는 고흥길 의장 지적처럼 이것이 신문 산업을 빠른 속도로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종편을 몇 개까지 허가할 지도 어려운 문제인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1개를 허가하는 건 경제적으로 타당하지만 탈락 신문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양립 불가한 정치-경제적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다.

또한 2TV 광고 폐지를 전제한 KBS 수신료 인상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종편의 광고 수주를 위한 일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그밖에도 수신료 인상으로 폐지한 2TV가 광고가 반드시 종편으로 이동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채널 재배치라는 특혜까지 검토해야 한다. 국회(야당)와 방송통신위원회(야당 측 상임위원)가 신문매체 재정 악화, 수신료 인상, 종편 허가, 채널 재배치 등 4개의 전선을 잘 막아낸다면, 언론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학계·시민사회·언론인들 “언론법 강행처리 이후 1년, 민주당의 투쟁은 유효했나” 비판

그러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언론법을 여권의 ‘장기집권’ 의도로만 규정, 전선을 형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일련의 대중적 언술은 당면한 언론법을 저지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미디어 공공성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필요한 논리를 담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미디어의 공공성·다양성 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등 포지티브(긍정적) 방식으로 논의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장기집권 획책’ 등과 같은 안티담론에 끌려가는 상황에선 주도성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의 발제는 한나라당이 급하지 않은데 종편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점에서 우리(야당과 언론·시민단체)가 정당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한나라당은 언론법 강행처리 이후 지난 1년 동안 얻을 건 다 얻었다. 자기 플레이어를 미디어 내에 진입시켰고, 종편 정책으로 신문·방송 줄 세우기도 해냈다. 반면 종편 정책이 애매하게 진행되는 과정 속 언론·시민단체들은 적극적인 개정 운동을 펼치지도, 법안 자체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책 진행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일련의 상황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강 소장은 “언론법 강행처리 이후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은 무효언론악법폐지투쟁위를 당내에 발족하고 지난해 12월 18일 헌법재판소에 부작위 소송을 제기했을 뿐, 언론법 무효화나 (법 개정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 속에서 여권의 플레이어들은 미디어 내부에 진입했고 방송·신문의 줄 세우기가 심화됐으며, 가상·간접광고 도입과 수신료 인상 문제가 나왔다. (민주당이) 미디어 공공성 심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는 훼손됐고 민주당의 정치·정책적 입지 역시 축소됐다. 지금 한나라당이 종편 정책을 지연시키는 것은 끝까지 자신들의 플레이어들을 줄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당시 <한겨레>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김보협 기자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과 언론·시민단체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법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법리적 문제를 제기하며 법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는 싸움을 할 것인지, 일단 법적 하자는 있지만 법이 통과됐으니 최악의 진행을 막기 위한 싸움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엇을 우선해 어떤 방향을 싸울 것인가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근행 MBC노조위원장 “민주당의 법리 투쟁 유효하지 않아…정치적 투쟁 필요한 때”

전병헌 정책위의장의 반박이 나왔다. 전 의장은 “아직 정책 대안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직도 언론법을 둘러싼 전선은 민주-반(反)민주의 싸움이다.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어 방송 시장을 넓히느냐, 축소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 언론이냐, 왜곡 언론이냐의 싸움으로 (지금 상황에서) 구체적 대안을 논의하자는 건 한나라당 의도에 말리자는 것이다. 소(小)전투에선 논쟁이 가능하지만, 자칫 전쟁의 전선을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는 문제는 현재 진행형으로, 현업 언론인들이 당면한 처절한 현실”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민주-반민주 구도만 말하며) 법리의 뒤에 숨어 투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이후) 민주당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하지만 언론법 투쟁을 왜 했고,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투쟁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헌재가 언론법 처리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시민단체와 언론진영이 (관련한) 요구를 내놨음에도 민주당은 이를 제도권 내에서의 정치 투쟁에 실패하지 않았나.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MBC 관련 발언에서도 민주당은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최문순 의원이 지적한 향후 4개의 전선에서도 결국 싸우는 건 우리(언론인과 언론·시민단체)가 되지 않겠나.”

이 본부장은 이어 “(정당이) 법리로 할 수 없을 때 정치적 투쟁을 하는 게 아닌가. 과거 사립학교법 재개성을 이끌어 낸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본받을 수 없나. 새로운 투쟁엔 새로운 전선으로 대응해야 하는 법”이라며 민주당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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