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단독중계 SBS 19억 7천만원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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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23일 회의서 의결…양문석 “중재 무능 방통위 자책 필요”

남아공 월드컵의 공동중계를 위해 성실한 협상을 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의 시정명령을 어기고 단독중계를 강행한 SBS에 1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KBS와 MBC는 ‘경고’ 조치를 받게 됐다.

방통위는 23일 오전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고 SBS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편적 시청권 관련 시정명령을 위반한 것에 대해 1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월드컵·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행사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법 제76조의 2에 규정된 ‘보편적 시청권’ 관련 조항을 위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위는 지난 4월 23일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하고 있던 SBS와 KBS, MBC에 공동중계를 위한 성실한 협상을 할 것을 명령했다.

“SBS, 정당한 사유 없이 시정명령 이행 안 해”…SBS 반발

방통위가 이날 회의에서 시정명령을 내린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SBS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KBS·MBC는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4월 26일까지 희망가격을 제시한 반면, SBS는 다음 날인 4월 27일에 이를 제시한 까닭이다.

또 SBS가 4월 28일 KBS의 대면 협상 요청을 거부하고 협상종료 이전인 4월 30일 광고회사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며 단독중계의 뜻을 시사하는 등 월드컵 중계권의 판매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려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SBS가 협상 과정에서 한국·북한전, 개막·결승전 등 주요 경기 단독중계의 뜻을 고수한 것도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게 방통위의 지적이다.

그러나 SBS는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도 공동중계를 강제하는 시정명령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지난 21일 이를 규정한 방송법 시행령 제60조 3항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둔 상황이다. 때문에 방송가 안팎에선 SBS가 오늘(23일)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SBS 과징금 부과, 양문석·송도균 위원은 ‘반대’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 회의에선 SBS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놓고 치열한 논박이 오갔다.

특히 지난 19일 상임위원으로서 첫 업무를 시작한 양문석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SBS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반대하며 중재역으로서의 방통위의 반성을 우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양 위원은 “2006년 월드컵부터 방송 3사의 과다한 중복편성, 순차편성의 거부와 미합의 과정들이 있어 왔다. (때문에) 그럴 바엔 단독중계가 낫다는 게 개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SBS가) 정해진 날에 가격협상을 하지 않고 대면협상을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과징금 부과의) 이유로 내세웠는데, 이런 내용들은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절차적이고 형식인 문제다. 과연 MBC와 KBS는 새로운 가격을 제시했나. 대면협상에서 전향적 가격을 제시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시정명령을 존중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지난 2006년부터) 4년이나 끌어온 사안에 대해 시정명령을 이행하라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 있다. 과징금 부과에 반대한다. SBS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보단 ‘코리아풀’의 복원 상태를 보며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도균 위원도 “(중계권) 판매 대상엔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포털과 케이블, DMB 등도 있는데 이들은 SBS와 협상을 순조롭게 했다. 유독 KBS와 MBC만이 안 됐다. 결과적으로 지상파 방송 3사가 중계권을 놓고 자사이해를 다투는 양상이었다”면서 “(과징금 부과라는) 오늘 처분이 보편적 시청권, 순차편성, 공동구매라는 취지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과징금 부과 반대 입장에서 얼마를 내라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양문석 위원), “지상파 3사가 방송법 취지에 맞게 코리아풀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는 만큼, 이를 격려해 주는 정도의 과징금이었으면 한다”(송도균 위원) 등의 주장을 펼쳤다.

양문석 “중재 무능 방통위 자책 필요”…최시중 “공식 회의에서 그런 발언은 자제해야”

그러나 최시중 위원장은 “시정명령을 내렸고 마지막 단계에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절차다. 적든 많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고 행정기관으로서 실정법을 존중하는 차원일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공동중계를 거부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둔) 이런 법규가 급변하는 방송 환경 속 어느 정도 생명력과 정당성이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향후 법 개정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형태근·이경자 위원 역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현행법 상 SBS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양문석 위원은 이날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지금까지 끌고 오는 과정에서 방통위의 중재 무능이 드러난 만큼, 규제기관으로서의 자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공식회의에서 그런 언급을 하는 건 자제해 달라. 적절하게 결정한 것을 존중해주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고, 형태근·이경자 위원 역시 “위원회의 책임을 물을 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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