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의도적 왜곡? 소설을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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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의도적 왜곡? 소설을 쓰시네요”
항소심 3차 공판서 검찰 ‘조작’ 주장에 일침…정지민 진실공방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7.23 1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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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제작진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상훈)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PD수첩〉 제작에 참여한 핵심 인물인 번역 감수자 정지민 씨와 이연희 전 보조작가가 증인으로 출석한 까닭이다. 때문에 공판 시작 전부터 서울중앙지법 421호 법정 안은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정지민 씨와 이연희 씨가 열띤 공방을 벌인 가운데 이날 공판은 오후 2시에 시작해 저녁 9시까지 7시간 동안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PD수첩〉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번역상의 왜곡 등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은 정지민 씨가 당초 번역 감수 과정에서 오역 부분 등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도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검찰과 정 씨의 주장에 맞섰다.

검찰은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이 딸의 사인을 ‘a variant of CJD’라고 말한 부분을 자막에서 ‘vCJD(인간광우병)’로 표현하거나 일부 번역 상 오류가 생긴 점 등을 들어 제작진이 감수자 몰래 자막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이연희 보조작가가 눈이 나쁜 정 씨에게 감수 전 자막 의뢰서를 출력해 주고도 논란이 되자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검찰은 “정 씨가 자막 초안을 출력해 달라고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는데, 그 몇 장 뽑아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며 이 작가의 증언을 의심했다. 검찰은 “그렇게 증언하라고 누가 시켰나”라며 ‘배후’를 의심하기도 했다. 또한 정 씨는 “이연희 작가가 (자막 초안을) 출력해 주지 않았으면 감수를 못 했을 것”이라며 제작진이 지적된 번역 상 문제를 일부러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연희 작가는 “좁은 편집실에서 나란히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며 작업을 했기 때문에 따로 출력을 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이전에 〈PD수첩〉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쓴 ‘인쇄본’이란 표현은 착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또 “자막 의뢰서를 출력해주지 않은데 대해 정 씨가 항의한 적도 없다”면서 “정 씨는 내가 노트북 화면을 일부러 가려서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노트북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계속 해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자 이 작가는 “소설을 쓰시네요”라며 신경전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suspect’ 등 번역 상 오역으로 지적되는 문제들은 감수 과정에서 정지민 씨가 지적한 적이 없다”며 의도적 왜곡이 아닌 번역과 감수 과정에서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실수’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 역시 “정지민 씨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정 씨가 다우너 동영상은 동물학대 동영상인데 광우병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얘기한 적은 있지만, 그 외 방송 내용을 문제 삼은 적은 없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번역료 정산에 관해서만 전화 통화를 했을 뿐, 기획 의도나 방송 내용에 대해 항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상훈 부장판사도 정 씨에게 “몸을 기울여서라도 노트북 화면을 보며 번역이 제대로 정정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나”라는 취지의 질문을 직접 던지며 정 씨의 증언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 1심에서 판사로부터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은 정 씨는 이날 검찰 측 주신문에서 미리 작성한 답변서를 읽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 씨는 또 이날 모 신문 기자와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밝혔다. 정 씨는 “(번역 문제가 논란이 되자) 모 신문 기자가 전화해서 조능희 PD한테 사과 전화가 올 테니 얘기해보라고 했다”고 말했고, 또 지난 1심 판결문도 “기자와 아는 사람이 팩스로 보내줘서 읽어봤다”고 말했다.

한편 〈PD수첩〉 항소심 4차 공판은 다음달 19일 진행되며, 재판부는 9월 중으로 모든 신문을 마치고 10월쯤 선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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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2010-07-24 00:54:40
빙신아 핵심은 이연희가 이메일로 정지민씨에게 출력된 인쇄본을 주었다고 토로한게 검찰측에 딱 걸린거잖아.. 이 미친넘아 그렇게 기사 왜곡함 사실이 바뀌냐? 이연희가 거의 위증으로 몰릴 정도로 몰리던 재판인데..어이가 반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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