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예능’ 조금은 위험한 성공의 법칙
상태바
‘걸그룹 예능’ 조금은 위험한 성공의 법칙
[민임동기의 수다떨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10.07.26 13: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 <영웅호걸> ⓒSBS
MBC <꽃다발> ⓒMBC
경향신문 7월26일자 23면

걸그룹 강세가 무섭습니다. 한국 주류대중음악계에 두각을 나타난 데 이어 예능 분야에서마저 대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방송사 주말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그들’을 제외하고 얘기하는 게 불가능해졌습니다. MBC 〈세바퀴〉 등에 게스트로 출연해 ‘예능감’을 선보인 걸 그룹이 이젠 예능의 핵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최근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들의 대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 〈청춘불패〉가 나름 호평을 받으며 자리를 잡은데 이어 최근 SBS는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영웅호걸〉을 신설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MBC 또한 지난 25일 ‘걸 그룹이 주축이 된 예능 프로그램’ 〈꽃다발〉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걸 그룹 예능 버라이어티’가 주목받는 이유

▲ 경향신문 7월26일자 23면
이처럼 걸그룹이 예능에서마저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경향신문〉 이고은 기자가 26일자에서 지적했듯이 “여성 버라이어티가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현상은 가요계에서 나타난 걸그룹 강세 흐름의 연장선”인 것 같습니다. “걸그룹 멤버들이 가요계를 넘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아예 이들을 주축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됐다는 얘기죠. 이 말은 이들 걸그룹 멤버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걸 반증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걸그룹을 새로운 예능의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것도 일정하게 작용을 한 듯 보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예능은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과 같은 남성 위주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주축이었죠. 사실상 독무대나 다름없었는데 여기에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이 이른바 ‘줌마테이너’였습니다. ‘아줌마 연예인들’이 걸쭉한 입담과 망가지는 모습으로 예능에 가세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런데 최근 예능에서 ‘줌마테이너’의 강세가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참신함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제기됐고, 선정성 논란에도 휘말리면서 예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는 것이죠. 방송사로선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걸그룹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 같습니다.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걸그룹의 예능 진출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걸그룹 예능대세’의 이면엔 이처럼 방송사와 기획사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점도 일정하게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예능에서 불고 있는 현재의 ‘걸그룹 열풍’이 반짝 열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우려는 ‘걸그룹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떤 특징에서 기인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걸그룹 예능’의 성공여부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만큼 주목해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SBS <영웅호걸> ⓒSBS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걸그룹 예능 프로그램’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현재 방송사 ‘걸그룹 예능’은 대부분 중장년층을 겨냥한 성격이 짙습니다.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는 걸그룹의 성장기를 표방하고 있는 KBS 〈청춘불패〉가 그렇구요, SBS 〈영웅호걸〉 도 타깃대상이 중장년층입니다. ‘줌마테이너’인 노사연과 ‘아이돌 걸그룹’을 배치해 놓은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MBC 〈꽃다발〉은 아예 ‘국민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설정한 다음,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받는 형식을 택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이돌 걸그룹’이 예능에서 대세이긴 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는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아마 ‘성공의 법칙’ 때문일 겁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지만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지지층의 열광적 지원’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걸그룹의 경우 팬들의 ‘열광적 지지’와 삼촌 팬들의 ‘전폭적 지지’가 있긴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지지는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 아이돌’로 부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죠. 강세를 보이고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한번 보세요. 거기엔 대한민국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국민MC’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걸그룹 예능’이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걸그룹 멤버 인지도’를 지지층 차원에서 ‘국민적인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선 지지층의 폭과 범위를 다양화하는 게 필수적인데 여기서 주된 타깃은 중장년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이런 현상이 찬반 논란을 떠나 당분간 ‘걸그룹 예능’의 주된 흐름이 될 거라는 걸 의미합니다.

걸그룹 예능, ‘조금은 위험한 성공의 법칙’

문제 없을까요. 있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걸그룹 예능’이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관습이란 이런 겁니다. △‘구세대 및 30대 여성 출연진들’과 ‘걸그룹 멤버들’의 대립구도 설정 △‘걸그룹 멤버들’이 남성 진행자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게 하기 등등. 

▲ MBC <꽃다발> ⓒMBC
사실 관습보다 더 우려가 되는 건 방송사간 ‘걸그룹 예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제작진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방식을 택하는 유혹(?)을 받기 쉬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밑도 끝도 없는 섹스 어필’입니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꽃다발〉이 이런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이날 〈꽃다발〉은 걸그룹이 중장년층 특히 남성 중장년층에 어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다보니 나중엔 ‘국민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는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걸그룹이 중장년층 남성 앞에서 섹시하게 춤을 춰야 ‘국민 아이돌’로 부상할 수 있는 걸까요. 이날 〈꽃다발〉은 걸그룹과 중장년층이 ‘기존관습’을 만났을 때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겁니다. ‘걸그룹’을 예능의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하고자 했으면 제대로 하라는 겁니다. ‘그들’의 인기만을 이용해 관습적인 예능을 보여줄 거면 차라리 이쯤에서 그만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조금은 위험한 성공의 법칙’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는 도전을 시도하는 것 - 이것이 ‘정글의 법칙’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에 불과한 것일까요. 글쎄요. 복잡한 변수가 많긴 하지만, 지금의 〈무한도전〉이 있기까지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끝없는 무모한 도전’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렇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민 2010-07-26 13:56:25
꽃다발은 최악의 프로.....정말 최악 악악..~
이번주 수훈 프로는 영웅호걸이었다고 보고 그 다음 전주에 힘입음 남자의 자격..
그 다음은 범작들이었음..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