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어 재보선에서도 쟁점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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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보도는 포기…4대강·사찰 등 쟁점은 ‘여당 배려’ 보도

6·2 지방선거에 이어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언론은 ‘정치 플레이어’의 역할을 했다. 여당의 완패로 끝났던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권의 홍보실장 역할을 했다”(최문순 민주당 의원)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7·28 재보선 기간 내내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전국 8개 지역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은 지방선거 이후의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니총선’으로 불린다. 때문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8개 지역 여야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점검이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지역별 현안은 물론 △민간인 사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막말 파문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 등 재·보선 기간 동안 불거진 정치·사회적 이슈들의 파급력에 관심이 모아졌다.

▲ 서울신문 7월28일자 1면
하지만 각 지역의 정책 관련 보도는 애초부터 실종됐다. 또 일련의 이슈들에 대한 방송·언론의 보도엔 특정 정파, 즉 여권에 대한 고려가 다분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지난 16~17일 경남 지역에 내린 200㎜ 안팎의 큰비 때문에 4대강 공사 현장인 함안·합천보가 침수되면서 대규모 수질오염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법정홍수기(6월 21일~9월 20일)엔 공사가 중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그러나 지난 17일 KBS <뉴스9>는 공사현장 침수 등으로 함안·합천보의 공사를 일시 중단한다는 수자원공사의 입장을 단신으로 내보냈을 뿐이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가 3개의 리포트에서 준설토 유실에 따른 수질오염 등을 지적하고, 다음 날인 18일 SBS <8뉴스>가 수질오염 및 안전을 우려하는 리포트를 내보낸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환경운동연합의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며 한강 이포보와 낙동감 함안보 건설 현장을 점거, 농성에 돌입했지만 KBS <뉴스9>는 해당 사실을 단신으로 처리했다. <동아일보>는 23일자 신문에서 “도덕성도, 전문성도 없는 극단적 환경운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4당은 서울 은평을에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점 등을 고려, 7·28 재보선을 ‘4대강 심판 선거’로 규정한 상황이다.

지난 20일 알려진 강용석 의원의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과 관련해서도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는 한나라당의 발 빠른 제명 조치에 초점을 맞췄다. 또 23일 KBS <뉴스광장>에서 김인영 해설위원은 강 의원의 발언을 ‘말실수’로 규정,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했다. 반면 SBS <8뉴스>는 문제의 발언과 여야 반응을 구체적으로 전하는 동시에 여당의 이례적인 ‘신속 대응’의 이유로 “7·28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 차단” 등의 분석도 내놨다.

6·2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지지한 젊은 유권자들을 ‘친북주의자’로 매도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막말 파문도 지난 26일 SBS <8뉴스>는 리포트를 하지 않았다.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통해 유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유감의 표현을 했을 뿐이다. 같은 날 KBS <뉴스9>는 유 장관의 막말 파문을 전하면서 해당 발언이 6·2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나왔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은 채 “야당의 선거쟁점화 의도”라는 여당의 주장을 배치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27일자 신문에서도 해당 논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에 이은 여당 의원 사찰 의혹과 대해서도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는 지난 22~23일 정치인 사찰에 대한 문제점과 국정원 사찰 의혹, 또 다른 민간 기업에 대한 사찰 의혹 등을 집중 보도했으나 지난 22일 KBS <뉴스9>는 사찰 피해자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인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방송·언론은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의 여야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대한 점검을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4대강 사업과 같은 정책 이슈들이 쟁점화되는 걸 원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 의제들이 어떻게 논의돼도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묵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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