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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아름다운 성공

|contsmark0|작은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기란 그리 쉽지 않다.‘모에 노 수자쿠(moe no suzaku)’(아래 수자쿠)는 이런 점에서 신기한 영화다.‘수자쿠’는 나라 현의 산간 지역 조그마한 마을의 철로사업이 무산되며 한 가족이 어떻게 변모되어 가는지 다큐멘터리 작가다운 섬세한 시선으로 15년의 세월을 두고 지켜본다.
|contsmark1|사람과 공간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 작고, 아담한 영화이다.스토리는 대충 이러하다. 어려서 집을 나간 엄마 때문에 쿄조 삼촌 집에 얹혀 사는 어린 에이수케는 사촌여동생 미찌루와 함께 자라며 숙모에게 사모의 정을 느낀다.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contsmark2|15년 후. 산간마을에 철로계획이 완공단계에서 돌연 취소돼 희망에 찼던 쿄조씨는 좌절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춘기에 접어든 미찌루는 에이수케를 마음 속에 담고있다.
|contsmark3|그러다 쿄조씨는 어느 날 훌쩍 카메라 하나를 들고 집을 나가자 미찌루의 엄마는 우울증에 빠져 방황하고, 에이수케는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미찌루 엄마와 함께 한다. 밤늦게 돌아온 미찌루는 에이수케를 보고 억한 감정으로 방을 뛰쳐나간다. 이때 경찰에서 한 부랑아의 손에 쿄조씨의 8미리 카메라가 들려있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미찌루의 엄마는 쓰러지고, 외가로 가기로 한다. 미찌루는 엄마와 함께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미찌루는 늦은 밤 에이수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두 사람은 지붕 위에서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운 시간을 함께 갖는다.
|contsmark4|가족들은 마을 사람들을 찍은 쿄조씨의 마지막 유물 8미리 필름을 함께 본다. 그리고 미찌루는 엄마와 함께 도시로 가겠다고 말한다.
|contsmark5|이 즈음되면 ‘모에 노 수자쿠’가 뜻하는 남쪽의 중국신이란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듯하다. 마을을 관장하는 수자쿠라는 절대적인 신 앞에 쿄조씨나 미찌루, 마을 사람들의 운명은 허망하다.
|contsmark6|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자신이 자라난 산간마을을 3년 동안 오가며 취재했다고 한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 오가와 신수케처럼 촬영지서 배우들과 숙식과 농사를 해가며 영화를 찍었다. 그래서인지 미찌루와 에이수케의 버스정류장에서의 로맨스, 나무에 올라가 우는 미찌루의 모습, 고조씨가 남긴 8미리 영화에 담긴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순진한 감동으로 와 닿는다.
|contsmark7|그녀는 주위 자연 환경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심지어 오가와 신수케의 촬영기사인 마사키 타무라에게 촬영을 의뢰했고, 수퍼 16미리 필름과 자연광을 써 순화된 채도와 부드러운 음영 등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화면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풀과 나무의 초록이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이 풍광은 마치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본 사실세계와도 같다.
|contsmark8|‘수자쿠’를 본다. 이것은 또 다른 느낌과 감동을 전한다. 플롯에 의존하지 않았으면서도 소박한 미학적 스타일과 등장인물의 감정적 묘사에서 흡인력을 갖고 있다. 그녀는 철도사업이 무산되어진 산간마을의 사회 경제학적인 관점에 집착을 보이기보다는, 가족들의 사랑, 슬픔, 이별, 성장의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contsmark9|우리가 이 영화가 우리의 관심과 경탄을 받는 것은 마사키 타무라의 촬영의 서정적인 아름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감독의 정직함 때문이다. 그녀는 마을과 등장인물 그리고 사물세계에서 정신적인 것을 찾아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 조용한 떨림이 ‘모에 노 수자쿠(남쪽의 중국신)’의 은밀한 매력인 것 같다.
|contsmark10|이 영화는 97년 칸느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로테르담 영화제 fipresci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 해 가을 정작 일본에 개봉되었을 때,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 세계의 수십 개 상영관에서 개봉되었다.
|contsmark11|건담 시리즈로 유명한 반다 이사와 위성채널인 wow wow에서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도 90년대 일본영화를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의 한 단면을 볼 수가 있는데. 작은 영화 ‘모에노 수자쿠’ 는 그렇게 성공을 거두었다.
|contsmark12|다큐멘터리 적인 정서와 시선이 영화 전편에 녹아 내려 영화를 보는동안 시종 가슴이 싸하게 아팠던 영화, 그리고 뷰 파인더의 깊이와 넓이는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넓이와 깊이에 비례 한다는 나의 진리를 확인해준 영화.‘모에노 수자쿠’는 그 해 여름 나의 소중한 기억이었다.
|contsmark13|최병화 itv 특집 제작팀장|contsmark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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