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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이동유 대구CBS PD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가 연일 TV와 신문 보도를 장식하고 있다. 최정예 미 7함대 소속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와 이지스 구축함,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 그리고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까지 최첨단 무기가 동원된 군사훈련은 그야말로 할리우드 군사영화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훈련을 지켜보는 한반도 주변의 정세는 날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태로 불거진 남북 간의 대결국면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끝난 UN안전보장이사회 외교전에 이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 모드를 조성하고 있다.

▲ 경향신문 7월26일자 1면
지난 6월 대구를 방문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현재의 정세를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최악의 접근방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임 전 장관은 MB정부의 대북정책이 매우 잘못된 가정 하에 실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는데, 그것은 바로 북한의 급변사태 시나리오이다. 즉 현 정부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북한 내에 급변 사태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정권이 붕괴되면 그때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 흡수통일론자들의 순진한 바람일 뿐 북한의 급변사태는 이 정부의 예상과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임 전 장관의 전망이다.

동유럽의 공산국가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때도 북한은 끝까지 자기 식을 고집하며 살아남았고,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 국가들이 강력한 경제제재와 봉쇄 조치로 고사작전을 펼 때도 북한 정권의 동요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체제 붕괴를 가속화할 만큼 위협적인 요소는 되지 못 한다는 게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리고 설령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해 정권이 붕괴하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지금처럼 남과 북이 으르렁거리며 싸움에만 몰두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이 과연 남쪽으로 쓰러질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MB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된 남북 관계는 필연적으로 북한의 중국 예속화를 부채질해왔다. 이럴 경우 최악의 사태를 맞은 북한이 남쪽보다 북쪽으로 쓰러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국제 외교전에서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 확대되고 있고,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를 지렛대 삼은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도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처지에서도 천안함 사태 이후 빚어진 일련의 상황은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면에서 손해 볼 게 없는 꽃놀이패다.

▲ 이동유 대구CBS PD

자 이렇게 남과 북이 헐뜯고 싸울수록 재미를 보는 것은 중국과 미국이고 북한은 남한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텐데 여기서 우리 정부가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백번 양보해서 정치, 외교의 실패는 그렇다 쳐도 경제적 손실은 또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당장 도로와 철길, 바닷길이 모두 막히면서 더 이상 우리가 북한 내 경제 개발에 참여할 길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협력모델로 기대를 모았던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형편이고, 한반도에 남은 마지막 노다지라는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권이 중국으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 이 정부가 정말 친기업, 경제 활성화를 내걸고 권력을 잡은 정권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실용 정부, 실리 정부의 슬로건이 아직도 유효하다면 보다 큰 이익을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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