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리멸렬 야당이 안긴 승리…“‘MB의제’ 강공 이유 될 수 없어”

‘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완승을 거뒀다. 7·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전국 8개 지역 가운데 5곳에서 한나라당이 당선자를 내며 ‘대이변’의 승리를 한 것이다.

애초 정치권과 언론에선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았다. 여당 스스로도 “은평을과 충주 두 곳에서만 이겨도 승리”라고 말했을 정도다. 더구나 재보선 기간 동안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대생 성희롱 논란과 차명진 의원의 ‘황제 식사’ 발언 논란,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야당 지지 젊은 유권자 비하 발언 등 여권엔 악재가 잇따라 쏟아졌다.

게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측(25% 안팎)과 달리 지난 28일 재보선 당일의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34.1%)은 재보선 직전 야권 단일화를 이끌어 낸 민주당의 승리에 더욱 확신을 보태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여당은 완승했고 야권은 참패했다.
▲ <한겨레> 7월 29일 5면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진 야권, 여당 완승 견인차

야권, 특정하자면 민주당은 이른바 ‘선거공식’에 나타난 이길 수 있는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완패한 것이다.

한 마디로,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도 지는 ‘능력’을 발휘한 것. 때문에 29일자 주요 아침신문들은 여당 완승의 원인을 민주당에서 찾고 있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5면과 4면 <안일한 공천·오만한 민주당에 ‘뼈아픈 회초리’>, <민주, 최악의 공천실패…‘심판론’ 안 먹혔다> 기사에서 △선거 막판 단일화를 이뤘지만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를 강요해 사실상 야권의 힘을 결집하지 못한 점과 △지방선거 승리에 안주하는 무기력한 모습 등 무능력한 태도 △참신성·개혁성 등을 담보하지 않은 후보 공천 등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30면 사설 <이번에는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했다>에서 일련의 문제를 지적하며 “겉으로 보면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명백한 승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또한 민주당에 대한 견제이지 여당에 대한 과감한 지지는 아닐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오만을 경계했다.

▲ <중앙일보> 7월 29일 4면
여당 완승→4대강 등 ‘MB의제’ 강공 당연시?

문제는 주요 언론들이 여당 승리의 원인을 여당이 아닌 야권에서 찾으면서도 4대강 사업 등 이른바 ‘MB의제’의 강공 드라이브 전망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3면 <이재오가 돌아왔다, 親李가 뭉친다, 親朴이 긴장한다>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왕의 남자’라고 불리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당선 소식을 전하면서 “이 당선자는 향후 개각, 4대강 사업 등 각종 국정 현안에서 이심(李心)을 바탕으로 당내 여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도 3면 <4대강 등 ‘충돌 현안’ 與주도권 강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을 꿰뚫고 있는 최측근인 이재오 당선자와 윤진식 당선자(충주)가 원내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며 4대강 사업의 강공 추진 등을 언급했다.

31면 사설 <與도, 野도 이제 생산적 국정에 동참하라>에서도 “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교육 개혁, 산업정책 재편, 3대 비리 척결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 4대강 정비처럼 논란이 많은 사업은 제 궤도를 찾도록 소통의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4면 <“레임덕은 없다”…고무된 청와대>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패배의 악몽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의 자신감을 갖게 됐다…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국책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여당 완패 시켰던 지방선거 민심은 유효”

하지만 여당 승리의 원인이 온전히 여당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상황에서 4대강 등 ‘MB의제’의 추진을 당연시하는 전망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완패했을 당시 언론이 민주당에 뒀던 ‘훈수’를 떠올릴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여당의 완패’로 규정됐던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 4일 <동아일보>는 35면 사설 <다시 기회 잡은 민주당, 그러나 함정도 있다>에서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스스로 잘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반사적으로 얻은 이익이 컸다”며 여권에 대한 민주당의 국정쇄신 요구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지방선거 승리에 기대 정부 여당의 주요 정책을 모두 중단하거나 바꾸라고 나서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6월 3일 35면

<중앙일보>도 같은 날 38면 사설 <역사의 ‘작용과 반(反)작용’을 잊었던 집권세력>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교훈은 승리한 야당에도 해당된다…(중략) 민주당은 이 정도의 승리에 취해 과속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신문이 민주당에 ‘훈수’를 뒀던 때와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지 않다. 여당은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지 않은 재보선의 승리에 고무돼 ‘MB 의제’ 강공 드라이브 승인권을 얻은 양 행동하는 건 분명 오버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9일 아침 회의에서 “기대와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뒀지만 국민께서 보내주신 뜻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야 한다”며 일단 몸을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여당이 국회의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한 후 4대강·언론법·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을 밀어붙이면서 “선거 승리=일방통행 정책 승인권”과 같은 주장을 펼쳤던 것처럼 ‘몽니’를 부려선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지방선거 다음날이었던 지난 6월 3일 <조선일보>가 35면 사설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民心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여권에 풀어낸 쓴소리는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추진해 온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등에서도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 여권은 임기 초부터 스스로 ‘국민과의 소통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임기 중반이 다 되도록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중략) 여권이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 변화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성패도 갈릴 것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