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콜라’ 같은 ‘무릎팍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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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도사님’은 어디 가고 게스트 개인기만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는 장점이 많은 토크쇼다. 활동 분야와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게스트 섭외,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진행자와 재치만점의 유세윤-올밴 등의 활약에 힘입어 계절이 십수번 바뀌도록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동안 ‘무릎팍 도사’가 쌓아온 내공은 누가 출연하든 평균 이상의 재미를 준다는 기대치를 심어줬다. 잘 알려진 게스트에게선 새로운 면을 들춰내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게스트의 이야기에도 흥미를 갖고 귀 기울이게 하는 것, 그게 ‘무릎팍 도사’의 힘이었다.

그런데 최근 ‘무릎팍 도사’에선 이 같은 장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다른 토크쇼들과 ‘무릎팍 도사’를 구별 짓는 차이였던, 진행자와 게스트 사이의 적절한 밀고 당김과 토크의 긴장감, 이를 통해 유발되던 예상 못한 재미와 웃음이 사라졌다. 대신 남은 것은 게스트의 ‘개인기’와 개인사의 맥 빠진 나열뿐이다.

▲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MBC
이 같은 경향은 지난 14일 배우 김갑수의 출연 분을 전후로 두드러진 듯 보인다. 물론 김갑수 편은 꽤 흥미로웠다. 시청률도 16.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로 평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중요한 건, 그 흥미로움이 전적으로 김갑수라는 ‘캐릭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8일 모델 장윤주 편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갑수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바이크를 즐겨 타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를 하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샌드위치를 꼽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며 순식간에 ‘중년돌’로 등극했다. 장윤주는 시종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모델 활동에 대한 ‘도사’들의 넘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한편, 이주일 흉내 등 망가지는 것조차 서슴지 않으며 큰 웃음을 줬다.

이처럼 김갑수와 장윤주 등은 마치 양파처럼 새로운 면을 계속 해서 드러내며 매력적인 게스트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반면 강호동과의 토크는 마치 정해진 순서를 그대로 밟아나가듯 긴장감이라고는 없는, 무난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난 21일 김남길 편도 마찬가지다. 물론 급하게 기획되었고, 김남길 입대 하루 전에 녹화가 진행되어 한계가 있었겠지만, 충분치 못하게 느껴지는 사전조사, 그리고 다소 안일한 제작진의 연출과 강호동의 진행은 김남길을 매력이 부족한 게스트로 만들어버렸다. 시청률이 17.1%로 꽤 호성적을 거뒀음에도 팬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졌던 이유다. 김남길이 ‘알아서’ 고현정이 사준 시계 얘기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맥 빠진 방송이 되었을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무릎팍 도사’는 게스트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특유의 장점이 뚜렷한 토크쇼였다. 꼭 ‘센 토크’가 아니어도, ‘무릎팍 도사’만의 공기가 이끌어내는 토크의 힘은 강했다. 데뷔 시절 혹은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해 고생담을 거쳐 성공에 이르는 토크 공식은 종종 지루하기도 했지만, 강호동과 게스트가 밀고 당기며 벌이는 기싸움은 예상 밖의 재미를 선사했다. 그런데 적어도 최근 몇 주간의 방송분에서 이 같은 장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기복이 있을 수 있고, 게스트에 따라, 혹은 게스트와 진행자 간의 호흡에 따라 재미의 크기와 양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치 김빠진 콜라와도 같은 최근의 ‘무릎팍 도사’는 잠깐의 슬럼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슬럼프가 너무 길지는 않았으면 한다. 콜라는 자고로 톡 쏘아야 제 맛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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