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 새 노조)가 파업 중단을 선언한 29일 오후 5시 KBS 신관 앞에 모인 조합원들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들의 얼굴에선 아쉬움과 후련함이 동시에 내비쳤다.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전국 조합원 총회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음을 엿볼 수 있었다.
파업을 이끈 엄경철 위원장부터 입사한지 갓 5개월 된 ‘막내’까지 KBS본부 조합원들은 서로의 대한 신뢰와 고마움을 나타냈다.
엄경철 위원장은 “파업 전과 비교해 몸과 마음이 훨씬 단단해졌다”며 “모두 여러분의 열정과 애정 덕분이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새로운 노조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각 구역 중앙위원과 지역지부장 등 집행부 뿐 아니라 파업 봉사단, 문화제 스태프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업을 지탱했던 조합원들도 모두 무대에 올라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집회가 끝날 무렵 조합원들은 포옹과 악수를 나누며 “고맙고 행복했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눈물을 글썽이거나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띄었다.
물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재후 조직국장은 “우리의 파업이 승리는 아니지만 승리를 준비한 전면전이라고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노조 조합원들은 제작현장으로 돌아가서도 ‘공영방송 KBS 살리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이날 ‘파업 중단 결의문’을 통해 제작현장의 편향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특히 정권홍보 프로그램이나 특정 출연자 배제 등 KBS의 공영성을 침해하는 부당지시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조합원들은 또 “이번 파업 정신인 ‘공영방송 KBS 살리기’가 미완의 과제라고 선언하며, 앞으로 수신료를 내는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다”며 “위의 결의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파업과 제작거부 등 강력한 투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