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권시녀’ 논란…수신료 인상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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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종원 민주당 의원

7·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40년 연극인의 삶을 잠시 접고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국회로 둥지를 옮긴 최종원 민주당 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을 3일 오전 국회에서 만났다. 최 의원은 한 달 새 180도 바뀐 현재의 삶에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듯 보였다.

“(민주당의) 의뢰에 배우에서 정치인으로 불과 20여일 만에 턴(turn)을 했기 때문에 사실 마음의 뒷정리가 끝나지 않은 부분이 있죠.”

의외였다. 그의 말처럼 갑작스런 ‘변신’이긴 했지만 후보자 시절부터 당선된 이후 방송·언론 매체에 등장한 그의 말은 ‘우회’가 없는 ‘직선’이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같은 문화·예술인 출신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도하는 현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최 의원의 비판 속엔 오랜 시간 주시하지 않았으면 표현되기 어려울 ‘날’이 서려 있었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현실을 모르고 살아온 게 아니니까요. 배우는 현실에 존재하는 무수한 삶을 수많은 노력을 통해 표현합니다.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인 최종원으로서도) 현실 속에서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과 정치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길 (스스로) 바랍니다.”

“유인촌 장관, 좌·우파 이념 앞세워 문화예술계 양분…의분을 느낀다”

▲ 최종원 민주당 의원 ⓒ민주당
- 구체적으로 문화·예술인 출신이라는 점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 활동에 어떤 부분에서 보탬이 될까요.

“(인생의) 40년을 바쳐온 길이니까요. 40년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질적인 향상을 추구할 때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국격(國格)’ 역시 높일 수 있죠. 최근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문화·예술을 통한 교류와 교감으로 ‘민족 공동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고민 중입니다. 또 해외 800만 동포를 보듬으며 민족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책 마련에도 뜻을 두고 있어요”

- 18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 민주당에서 비워뒀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마지막 선수가 됐는데요. 문방위는 18대 국회 전반기 동안 최고의 격전지로 꼽히는 상임위였고, 후반기 상황 역시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각오는 하셨나요.

“최선을 다해야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일단 몸싸움에는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 역시 문화·예술인 출신의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향한 ‘경고성’ 발언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현실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게 모든 문화·예술인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이런 속에서 최장수 장관이라는 유인촌 장관은 무얼 했습니까. 화합을 통해 문화·예술을 꽃피우기 보단 (좌파·우파를 가르며) 이념을 부추기면서 문화·예술계를 반쪽으로 갈라 버렸습니다. 또 아무리 문화·예술인 출신이라 하더라도 유 장관은 물론 저 역시 모든 문화·예술 관련 정책에 대해 잘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 장관은 겸손하게 ‘묻는’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선과 독주로 편 가르기, 자기 편 만들기에만 열중했죠. 이런 모습에 의분까지 느낍니다.”

- 그런데 개각을 앞둔 상황이라, 과연 유 장관과 국회에서 대면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웃음) 꼭 마주칠 수 있길 바랍니다.”

“연예인도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개인일 뿐…KBS 블랙리스트 논란 말 안돼”

- KBS의 연예인 ‘블랙리스트’ 논란이 거셉니다. 블랙리스트 존재 유무를 물은 방송인 김미화씨를 KBS가 형사고소한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말이 안 되는 일이죠.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부 등 정부가 이념을 잣대로 좌·우파를 가르는 게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봅니다. ‘저 친구는 빼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부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KBS의 임원들이 알아서 기는 게 아니겠습니까. (대통령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낸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 정부에 비판적인 것으로 ‘인식된’ 연예인들에 대한 불이익 논란도 계속됩니다.

“과거 정부에서 연기자 이덕화씨가 탄압을 받는다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개인 자격으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대표를 만나 ‘이래선 안 된다. 이덕화씨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에 따라 한 표를 행사했을 뿐이고, 정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지지하고 싶은 정치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열린우리당에선) 권력이 개입한 일이 없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린 아니다’라고 할 게 아니라,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여당이 나서 이덕화씨에 대한 탄압은 안 된다고 발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어떤 정파를 지지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개인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절대 어떤 불이익도 받아선 안 된다는 당위적인 주장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대놓고 탄압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 불이익 논란의 주체인 방송사에 대한 비판도 높지만 해당 연예인들은 이 같은 논란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정치권에도 유감을 표시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연예인에게도 의사표현의 자유, 또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수만 가지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견해를 갖고 있는 것처럼 연예인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들이 표현한 의사를 존중하면 될 일입니다.”

- 최근 파업을 종료한 KBS 새 노조원들에 대해 회사 측에서 프로그램 배제 등 불이익을 가하고 있어 논란인데요.

“국회의원으로서, 문방위원으로서 KBS가 노조원들을 탄압한다면 강한 문제제기를 할 것입니다. 욕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웃음) 사장·임원에 상관없이 문제를 따질 생각입니다.”

▲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7.28일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종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박우순(강원 원주),장병완 (광주 남구)의원들이 꽃다발을 받고 답례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지원 원내대표, 박우순 의원, 장병완 의원, 최종원 의원, 정세균 대표)

“엄기영 전 MBC 사장, 태도 분명히 하라”

- 일단 본인이 부인하긴 했지만,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 간판으로 강원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보선 기간 중 제 지역구에도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 내려왔어요. 엄 전 사장은 개인 친분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그런 모습을 보인 건 사실상 (한나라당을 위한) 선거에 동참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태도를 분명히 하길 바랍니다.

한나라당으로 혹은 민주당으로 어떤 선거에 나올 것인가에 대해, 정치인으로 변신을 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합니다. 저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성향을 진보·개혁으로 생각을 했고 때문에 이를 밝히며 많은 지원유세를 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정치인으로 인생의 턴을 했죠. 엄 전 사장도 마찬가지로 분명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속내를 내보이는 걸 주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문방위에 배정받은 만큼 문방위 현안에 대한 질의 몇 가지를 하겠습니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겠다고 하지만, 여당에선 종편 무용론 발언이 나오는 등 논란이 많습니다. 종편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지상파 방송부터 케이블까지 수많은 채널이 이미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 채널이 추가로 등장, 난립하는 게 맞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종편 채널은 보도를 포함하는데 (진출 의사를 밝힌)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자칫 시청자 국민을 (이들 종편신문이) 오해의 도가니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요.

“우선 지금의 KBS가 공영방송답게 국민의 알 권리를 진실되게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야 합니다.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무조건 수신료만 올리겠다고 주장해선 안 될 일입니다. 특히 최근 KBS 2TV를 보면 SBS와 같은 민영방송 이상의 시청률 놀음을 하고 있습니다. 제작비를 절감한다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없앴습니다. 이런 게 과연 공영방송의 모습일까요. 수신료 인상을 말하기 전 KBS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 그간 문화·예술인 출신 정치인들이 여럿 존재했지만 특별한 인상을 남긴 이는 많지 않습니다. 문화·예술인 출신 정치인으로서의 남다른 포부가 있을까요.

“앞서 말했듯 배우는 현실에 존재하는 무수한 삶을 많은 노력을 통해 표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실을 모르고 살 수 없는 것이죠. 현실을 직시하는 삶을 살아온 만큼, 현실의 삶에 필요한 정책에 대한 본질을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정치라는 건, 결국 국가와 민족, 그리고 제 지역구민들을 위해 ‘최종원’이라는 개인을 희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0년 배우의 삶에서 그러했듯 최선을 다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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