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하는 방통위원에 머무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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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문석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세상에 대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통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쪽은 누군가에겐 익숙한 세상에 편입해 온 자다. 그리고 대부분 “왜”라는 질문이 던져진 세상의 구성원들은 그 질문에 불편한 시선을 드러낸다. 그 질문 하나로 자신들의 세상을 지탱해 온 구조 자체가 흔들릴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9일 임기를 시작한 양문석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처럼 말이다.

실제로 양 위원은 지난 5일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 특히 언론의 시선의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23일 그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예로 들었다.

“상임위원으로서 최시중 위원장과 나의 1표의 무게는 똑같다. 이런 전제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이 상임위원인 나의 의견에 반박을 한 것을 두고 언론은 어이없게도 ‘충고’를 했다고 보도한다.”

▲ 양문석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PD저널
그가 언론운동가로서 밖에서 발언했을 땐 하나의 다른 의견이었던 것이 방통위 안으로 들어오자 ‘충고’를 받아야 하는, 최 위원장의 발언보다 무게가 적은 것으로 인식되는 ‘괴리감’에 대한 문제제기다. 엄연한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언론마저도 위원장의 말에 무게를 더하는 독임제 장관 구조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책에 대한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인해 ‘규제’ 기관으로서의 방통위의 기본적인 권위조차도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게 양 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대기업 관련 발언을 놓고 손병두 KBS 이사장이 ‘어느 나라 장관이냐’며 반발했던 것을 언급하며 “방통위가 정치와 정책을 분리, 정치적 중립성과 정책의 공정성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사업자들로부터 수모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치와 정책의 분리에 대한 의지와 함께 양 위원이 자신의 ‘몫’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언론·시민단체와 방통위원들의 ‘소통’이다. 양 위원은 “지금까지 방통위원은 각종 행사에 ‘축사’하는 자리에 머물렀다”고 지적한 뒤 “앞으로는 정책 토론회는 물론 공청회 등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을 맡고, 사회도 보면서 현장의 의견을 수렴, 방통위의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하는 소통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운동가에서 방통위원의 옷을 입게 됐지만 방송·언론 정책에 대한 그의 기본적인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 의지를 밝히고 있는 종합편성 채널과 관련해 양 위원은 언론운동가 시절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 결론이 내려진 이후 결정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모법을 정한 뒤 방통위가 시행령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현재 모법인 방송법 등이 헌재에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시행령을 마련, 집행하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헌재의 결론 전까지 아무것도 결정돼선 안 된다.”

KBS 수신료 인상 시도와 관련해선 “현실화를 하는 게 맞지만 KBS이사회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현실화를 말하면서 ‘현실화’의 방법을 걷어차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시민단체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수신료와 다른 재원의 회계 분리 등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 위원은 “KBS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합리적인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논의 하겠다고 한 만큼, KBS본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민희 구 방송위 부위원장에 이어 현장의 언론운동가가 방통위원으로서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담당하게 된 데 대한 언론·시민단체의 기대는 물론 우려도 높다.

이에 대해 양 위원은 “양문석 개인이 똑똑해서 방통위원이 된 게 아닌 만큼, 나와 함께 일했던 언론·시민단체와 (나를 추천한)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이 함께 방통위에 들어와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며 “정책 결정과정에 있어 이들의 상식적·합리적 대안을 적극 구하고 그 결과들을 5분의 1의 몫으로 방통위에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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