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사람이 김태호 총리를 걱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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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의 지역이야기]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국무총리에 지명됐다. 경남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게 있다. 벌써 ‘4대강 총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운찬 전 총리가 세종시 수정을 밀어붙이기 위한 ‘총알받이’로 기용됐다가 용도폐기되었듯이 김 내정자 역시 그런 게 아니냐는 것이다.

▲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그도 그럴 것이 김태호 내정자는 ‘4대강’ 이전부터 끈질긴 ‘운하 예찬론자’였다. 심지어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한다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에도 김 내정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한다고 경남도가 덩달아 포기하면 이는 경남도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 이전부터 운하에 대한 그의 의지는 거의 신앙 수준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경부운하의 전도사가 되겠다” “경남에서 먼저 대운하를 시범건설하고 싶다” “경남 단독으로라도 운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근 광역단체장들을 규합해 ‘한반도 대운하가 안 되더라도 낙동강 운하는 꼭 해야 한다’는 결의문까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결국 대통령까지 포기 뜻을 밝히자 그는 ‘워터웨이’라는 신종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대운하’든, ‘경부운하’든, ‘낙동강운하’든, ‘워터웨이’든, 그게 경남을 부흥시킬 획기적 묘약이라는 확신이라도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운하가 경남에 어떤 이익을 얼마나 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제대로 내놓은 적은 없다. 고작 내놓은 거라고는 ‘홍수 방지’와 ‘관광 효과’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서인지 “일례로 오스트리아 도나우는 매년 홍수 위험으로 큰 걱정을 샀던 곳인데, 운하를 정비한 후에는 10년 동안 홍수 피해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운하가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심지어 경남도 산하기관인 경남발전연구원 김영규 연구위원은 “대운하가 건설되면 필수적으로 홍수위가 상승해 대형 홍수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낙동강 하류에 있는 경남·부산지역은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정반대의 보고서를 내놨다.

실제 경남도민의 여론도 그랬다. 당시 경남도민일보의 조사 결과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경부 대운하 건설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인 데 대해 ‘신중하지 못했다’(39.5%)거나 ‘정말 잘못했다’(26.3%)는 부정적 입장이 많았으며, ‘그저 그렇다’(18.8%)거나 ‘정말 잘했다’(6.2%)는 응답은 극소수였다.

따라서 그는 당시에도 경남도민의 이익이나 여론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나는 칼럼을 통해 김태호 지사에게 ‘경부 운하가 경남도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 지난 2005년 12월 23일 오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신항 명칭 무효 경남도민총궐기대회' 참석자들이 '참여정부 화형식'을 하고 있다. 이 집회는 김태호 도지사 주도로 열린 관제데모였다. ⓒ 김주완
그는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 12월 엄동설한에 관변단체 회원들과 노인·부녀자 등 5만여 명을 동원해놓고 마산종합운동장에서 관제데모를 열었던 적이 있다. 부산과 경남 진해시에 걸쳐 조성된 ‘신항’ 이름에 ‘진해’를 넣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여정부’라는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화형식을 벌인 것이다. 당시 그는 신항 이름을 부산에 빼앗기면 경남이 곧 망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 그 때도 그는 신항의 이름이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경남 사람으로서 경남도지사 출신이 국무총리가 되는 걸 마냥 반길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아무런 근거나 타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이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국민의 이익이나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는 국무총리가 될까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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