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PD · 기자들은 묵언수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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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PD · 기자들은 묵언수행하나”
[인터뷰] 박수택 SBS 논설위원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0.08.10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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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택 환경전문기자 겸 SBS 논설위원

그는 여전히 ‘기자’였다. 올해 1월 논설위원으로 발령 난 박수택 환경전문기자의 책상에는 대한민국의 물줄기 지도와 4대강사업 관련 자료가 한 더미였다.

박 위원의 관심사도 여전히 ‘4대강’이었다. 박 위원은 사업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주말마다 현장을 누비느라 바빴다.

정작 4대강 현장을 누벼야 할 기자와 PD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최근 국토해양부 출입처 기자들은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썼다가 오보를 냈고, PD들은 4대강 관련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박 위원은 국토부 관련 오보에 대해 “현장 확인이 안 된 결과”라며 “언론은 대한민국 하천 정책의 원래 기조가 무엇이었는지부터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위원은 방송 3사의 4대강 관련 보도가 양적으로 크게 부족하다며 “기자 ‧ PD들은 찬반을 떠나 추진 과정과 현재 상황을 소상하게 취재해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주 이포보 고공농성은 언론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데에 대한 절망감의 표현이라는 게 박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4대강 보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방송3사 뉴스에 대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오늘날은 직분의 혼돈시대다. 환경운동가 ‧ 목사 ‧ 신부 ‧ 승려 분들이 기자와 PD노릇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개그맨(장동혁)이 논평을 한다. 반면 현직 기자 ‧ PD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묵언수행 중이거나 청중 노릇을 한다. 역할이 바뀌었다.”

박 위원은 이제라도 언론인들이 4대강 현장에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뒤 “정부 측은 4대강 공사를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지 말고 템포를 늦춰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하는 쪽은 찬성 측 논리를 깊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언론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의 흐름을 존중하는 것이 기존 정책의 골간

또 박수택 논설위원은 참여정부 때까지 합의되었던 수자원 정책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사업계획은 4대강 본류를 깊이 증설하고 강의 흐름을 대형 보(댐)로 가로막아 홍수를 막고 강을 살리겠다는 것인데 이 방법은 강을 살리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다.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서 만든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의 중장기계획이었다. 계획 어디에도 보를 쌓으라는 말은 없다. ‘홍수와 더불어 사는 사회 형성’이 주요 계획이었다. 홍수를 존중하고 자연적인 물 흐름을 존중하는 것이 수십 년의 시행착오 끝에 한국사회서 마련한 정책의 골간이었다.” 

그는 “당시 정책을 세웠던 공무원과 학자, 전문가들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에 180도 입장을 바꿨다”며 “언론이 이런 것들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을 살리려면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방하천부터 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지난 5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해 소신공양한 문수스님의 유서가 걸린 조계사 건물 입구.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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