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판 ‘아침마당’ 출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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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LA=이국배 통신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ABC 방송의 모닝 토크쇼 <The View>에 출연한 것이 최근 미국 방송계에서는 연일 화제다. 주로 주부층 시청자를 겨냥한 이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미국판 <아침마당>이다. 다만 진행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다르다. 유명 앵커였던 바바라 월터스가 프로듀서이자 진행자이고, 유명 영화배우 우피 골드버그와 엘리자베스 헬스벡등 5명의 여성이 공동진행을 하는 아침 쇼 프로그램이다.

화제가 된 이유는 미국의 대통령이 처음으로 아침 토크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유머 섞인 ‘수다’를 좀 떨었다는 데 있다. ABC 방송은 대통령이 자사 쇼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역사적인 일로 기념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The View>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상원의원 시절 자서전 출간 이후 한번 출연했고, 대통령 출마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다시 출연했다. 대통령이 되고서는 처음일 뿐이다. 따라서 모두 3번이다.

▲ 지난 7월 28일 미국 ABC 방송의 유명 토크쇼 <더뷰(The View)>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 ⓒABC
오바마 대통령은 왜 유독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좋아하는가? 대통령의 답변은 재치도 있지만, 동시에 지극히 정치적이다. “우리 아내가 실제로 보는 프로그램에 나와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 프로그램인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답변만을 듣고는 바바라 월터스와의 정치적 관계라든가 제작진과의 정치적 코드 등의 안전장치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적이다.

이날 오마바 대통령은 여당인 민주당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 문제에서부터 금융개혁과 건강보험 개혁문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높은 실업률, 그리고 할리우드의 말썽꾼 린제이 로한 스캔들과 같은 심심풀이 연예계 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신의 견해를 별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뉴욕타임즈>는 이에 대해 ‘대낮 외교(Daytime Diplomacy)’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44%로 백악관 입성 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을 통과한 건강보험 개혁안을 현실화하는 문제, 금융개혁안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는 됐지만 월가의 역공도 만만치 않아, 오바마의 개혁 드라이브가 과연 내실 있는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미지수다. 지금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발목을 잡고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이야기마다 힘을 빼고 있는 주범은 경기 침체로 인한 높은 실업률이다. 대통령이 <The View>에 출연해 매우 즐거운 척(?)을 해야만 하는 것이 이런 배경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정작 그렇게 즐거운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불필요한 권위의식을 버리고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평범한 일개 시민의 모습으로 세상사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세 자체는 큰 칭송을 받는 듯하다. 특히 골치 아픈 정치적 현안들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때로는 치기 어리게, 그리고 때로는 진지하게 소통을 한다는 자신감 자체가 방송적인 차원에서도 높이 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국배 LA 통신원/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하지만 신문도 염려하듯이 소위 ‘쇼’의 효과는 회가 거듭될수록 계속해서 반감할 것이다. 이유는 그러한 오바마의 모습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통령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그 같은 자유로운 모습에서 얻는 것이 크면 클수록, 마찬가지로 “갈등에서 자유로운 곳(Conflict Free-Zone)”으로의 도피처럼 보이는 부분도 더욱 더 커지기 때문이다.

<The View>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이 여성 시청자 대상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갈등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현실의 갈등을 전면화하지 않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출연자 스스로가 그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구분해 주기 바라는 것은 물론 지나친 잔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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