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 조인트’ 발언과 관련, MBC와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고소하겠다던 김재철 MBC 사장이 고소 철회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재철 사장은 12일 “(김우룡 전 이사장을 고소하면) 나도 죽고 회사도 죽는다”며 “고소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국민 기자회견을 자청, 김우룡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던 그가 5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13일 발행한 비대위 특보를 통해 김재철 사장의 발언을 상세하게 전했다. MBC노조는 “김우룡을 고소해 자신은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인 청소부 사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던 김재철 사장이 약속을 파기함으로써, 정권의 MBC 장악 과정과 김 사장이 부여 받은 특명에 대한 김우룡의 폭로가 모두 사실이라는 정황은 더욱 확실해졌다”고 성토했다.
“김우룡이 제대로 된 사람이냐” “청문회 열면 진술하겠다”
MBC노조는 우여곡절 끝에 열린 지난 12일 노사협의회에서 김우룡 전 이사장 고소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이사장이 사퇴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다시 내가 칼을 들이대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고소를 안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회가 고소하지 않았나”라며 “그게 진행이 돼서 내가 참고인으로 나가 진술을 하거나 또 국회 청문회에 가서 진술을 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가 “MBC는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고소를 하지 않는 것이) 사장을 위한 길일 수는 있지만, MBC를 위한 길은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김 사장은 “31년 된 선배가 ‘내 양심에 비춰서 떳떳하다’ 이러면 믿어주는 게 후배”라며 “내가 그렇게 치사한 놈이 아니다.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김우룡 전 이사장은 〈신동아〉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하자 김재철 사장은 “그럼 취재를 해서 증거를 가져와서 얘기를 하라”면서 오히려 “방문진 이사장이, 그 사람(김우룡)이 제대로 된 분이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제대로 된 분도 아닌 사람이 뽑은 사람은 제대로 된 사장이냐”고 일갈했다.
“사람이 약혼했다가 파혼할 수도 있지…왜 면박 주나”
김재철 사장은 이날 ‘고소 약속 파기’에 대한 노조의 집중 추궁에 “원인 제공자가 사라지지 않았나”라고 거듭 답했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고소 의사를 밝힌 지 약 1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은 한 달 뒤인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도 “시간을 줘야 고소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는가 하면 지난 5월 19일 시사교양국 보직부장단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김우룡 이사장 건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고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자 김 사장은 “내가 고소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최근”이라며 “사람이라는 게 약혼을 했다가 파혼도 하고,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왜 면박을 주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청와대 가서 조인트 맞고, 나 그만큼 힘없는 사람 아니다. 힘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도 나한테 왜 전화가 안 오겠나. 오고 있지만 내가 다 막아내고 있지 않나. 나 그렇게 힘없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 사장의 발언에 대해 MBC노조는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목숨처럼 여겨야할 ‘신뢰’를 다시 한 번 땅바닥에 내팽겨 쳤다”면서 “김 사장은 MBC 사원들은 물론 전 국민을 무려 다섯 달 동안이나 속여 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또 “김 사장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1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노사협 논의 과정에서 그 어떤 설득력 있는 해명도, 진정어린 사과도,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은 채, 장황한 변명만 늘어놓고는 선약이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빠져 나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