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에게 게임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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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에게 게임은 삶이다”
[인터뷰] 원석중 ‘온게임넷’ 스타리그 PD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0.08.17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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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석중 <온게임넷> 스타리그 PD ⓒPD저널
원석중 PD는 지난 13일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전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은 8강 대진이 완성되는 중요한 날이었다. 카메라 세팅과 무대 설치, 리허설 및 진행 브리핑 등이 원 PD의 손을 거쳤다. 경기가 열린 용산 스타디움에는 수백 명의 관중이 찾아와 프로게이머 이영호의 경기력에 탄성을 질렀다. 게임이 일상인 10~20대에게 전략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는 야구나 축구 못지않은 ‘스포츠’다.

온게임넷은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함께 탄생한 ‘세계최초 게임전문채널’이다. 1998년 당시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열광했던 만화채널 <투니버스> PD들이 게임을 중계하면 재밌을 거란 생각에 TF팀을 구성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2000년 온게임넷이 개국했고 1회 스타리그가 열렸다. 이후 임요환, 홍진호 등 인기 프로게이머의 등장으로 스타리그는 흥행했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게임 중계가 수익사업이 된 순간이었다.

제작진은 축배를 드는 대신 스스로 개임채널의 롤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밑천’은 상상력과 열정이었다. 원석중 PD는 “밑천(아이템)이 놀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에게 게임은 놀이이자 동시에 기획회의다. 이들은 회사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다가 ‘이런 방식의 중계가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면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켠 김에 왕까지’(게임엔딩 볼 때까지 무한도전), ‘용선생의 매너 파일런’(스타크래프트 전략 공부)등은 그 결과물이다.

원 PD는 신작에 대한 방송 가능성을 보려고 의무적으로 게임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게임에 취미가 없는 PD들은 여기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 온게임넷 제작진은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원 PD는 “밖에서 보면 만날 게임만 하는 찌질이로 보일 수 있지만 다들 온게임넷 콘텐츠에 대한 열정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일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게 업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웃었다.

게임채널이 자리 잡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요했다. 스폰서들은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져 협찬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성장하며 게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위상도 높아졌다. 원 PD는 “이번 스타리그 스폰서인 대한항공은 결정권자가 스타를 좋아하고 있었다”며 “10년 동안 많은 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 온게임넷 스타리그. ⓒ온게임넷
온게임넷은 10주년인 올해를 터닝 포인트로 잡았다. 원 PD는 “스타크래프트라는 킬러콘텐츠 외에도 10대와 20대의 삶에 천착하는 아이템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학교에서 일명 ‘빵셔틀’을 하는 교실 내 약자들의 애환을 다룬 ‘셔틀 탈출기-내가 용자라니’, ‘임요환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강민의 올드보이’같은 페이크 다큐가 그 예다. 원 PD는 “요즘 세대에게 게임은 생활의 일부”라며 “게임을 통해 요즘 세대와 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원석중 PD는 몇 년 째 황금 같은 금요일 저녁을 스타리그 생방송에 바치고 있다. 힘들만도 한데 그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원 PD는 요즘 하루에 2시간 정도 짬을 내 ‘스타크래프트 2’를 하고 있다. “회사에서 게임해도 아무도 터치를 안 한다.” 회사에서 스타2를 하고 있을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러웠다. 놀이와 노동이 함께하는 건 축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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