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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시간 앞두고…“MB 방패막이 자처, 김재철 물러나야”

MBC 경영진이 17일 〈PD수첩〉 방송 3시간여를 앞두고 ‘방송 보류’를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PD수첩〉 ‘불방’ 사태는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관련 방송이 불방돼 제작거부까지 이어진 이후 20년 만의 일이어서 MBC 내부가 충격에 휩싸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와 시사교양국 PD들은 비상회의를 소집해 물리적 대응 모색에 나섰다.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 퇴진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노조 파업과 제작거부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PD수첩〉은 당초 이날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서 청와대 행정관 등이 참여하는 4대강 관련 ‘비밀팀’의 존재 등에 대해 보도할 예정이었다. 방송에 앞서 관련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17일 오전부터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 대해 사전 시사를 하자며 제작진을 압박했다. 대본은 이미 사전 심의를 통과한 뒤였고, 국장 시사에서도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해 임원회의 보고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은 사실 확인의 필요를 들어 편집본 테이프와 대본에 대한 사전 시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사장이 사전에 방송물을 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경영진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임원회의를 열고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 결국 이날 〈PD수첩〉 방송이 예정됐던 시각엔 〈VJ특급 비하인드 스토리〉란 필러 프로그램이 대신 전파를 탔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방송 최고 책임자로서 공정방송 실현의 책무를 진 사장이 공정방송 실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 확인을 위해 제작진에 시사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방송 보류를 결정한 것”이라며 “만일 내일이라도 사실 확인이 되고 의혹이 해소된다면 당장 다음 주라도 방송될 수 있다”고 밝혔다.  

▲ MBC노조 집행부와 시사교양국 PD들이 17일 〈PD수첩〉 ‘방송 보류’ 결정에 항의하며 주조정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진=PD저널>
그러나 MBC노조와 시사교양국 PD들은 “부당 압력이자 사전 검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C노조는 “정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한 명백한 ‘사전검열’ 시도이자, 제작의 자율성과 방송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성토했다. MBC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의 공식 사과와 〈PD수첩〉 즉각 방송, 제작 자율성 및 방송 독립성 보장 등을 촉구했다.  

전례 없는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를 두고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MBC 단체협약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은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장에게 있다”며 ‘국장책임제’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진숙 홍보국장은 “국장은 실무적 권한을 가지는 것이고, 궁극적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을 취재한 최승호 PD도 “MBC의 공정방송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사규 위반이라면 담당자를 징계하면 될 일이지 방송 자체를 왜 막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PD협회 관계자는 “〈PD수첩〉이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사실 확인 등 검증 노력을 기울였고 이에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이 방송을 막는 것은 정치권력의 졸개가 되어 MB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자격 없음이 또 한 번 확인됐다”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치졸한 작태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MBC노조는 18일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고 임시 공방협을 요구하는 등 물리적 대응을 강구하기로 했다. 트위터 등을 통해 〈PD수첩〉 불방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17일 밤 10시 30분부터 여의도 MBC 방송센터 정문 앞에 모여 “조인트 사장 나와라” “김재철 사장 물러나라”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와 범시민사회단체들은 18일 오전 10시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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