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불방, 어떻게 국토부가 먼저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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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불방, 어떻게 국토부가 먼저 알았나
제작진, 이사회 결정 2시간 전 “방송 안 나간다더라” 전화 받아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8.19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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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가 MBC 경영진의 ‘방송 보류’ 결정 훨씬 이전부터 〈PD수첩〉 ‘불방’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로부터 ‘외압’이 있었거나 일종의 ‘연락망’을 통해 결방 사실이 전달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MBC노조가 지난 17일 밤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한 사건 경위와 〈PD수첩〉 관계자들의 증언을 모아 ‘방송 보류’ 결정 전후의 사정을 재구성해봤다.

국토부, ‘방송 보류’ 결정 2시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국토부가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 대해 신청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은 지난 17일 오후 6시께. 기각 판정을 통보받은 〈PD수첩〉 제작진은 사내 심의평가부의 사전 대본 심의의견을 반영해 방송물 최종 제작에 들어갔다.

▲ MBC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MBC 여의도 방송센터 앞에서 'PD수첩' 불방 결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재철 사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PD저널

앞서 MBC 경영진은 방송물의 ‘사전 시사’를 요구하며 제작진에게 이날 오후 6시 30분까지 테이프와 대본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태현 〈PD수첩〉 책임PD는 오후 6시 27분쯤 이주갑 시사교양국장에게 “사전 시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최종 전달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밤 11시 15분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스튜디오 녹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녹화를 한창 준비 중이던 최승호 PD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최 PD는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그의 말은 부조정실까지 전해졌다. 통화를 마친 최 PD는 “보도국 기잔데, 우리 방송 안 나간다는데?”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5분쯤 지난 오후 6시 40분께, 이번엔 김태현 책임PD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연합뉴스 기자였다. 연합 기자는 “국토부에서 〈PD수첩〉이 방송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김 PD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얘기하더냐”고 묻자 그는 “제작진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오늘 방송이 안 나갈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얘기였지만, 방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기에 제작진은 그대로 녹화를 진행했다. 김태현 PD는 “제작진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혹시나 하긴 했다.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과 모종의 교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많이 바쁠 때였고, 국토부가 의도적으로 흘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오후 8시에서 8시 30분 사이 임원회의에서 ‘방송 보류’를 최종 결정했고, 〈PD수첩〉 제작진은 8시 45분쯤 노조 관계자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

종합하면 국토부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후에도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방송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시점은 제작진이 ‘사전 시사’에 대한 입장을 사측에 최종 전달한 오후 6시 30분 전후가 되는 것이다.

즉 임원회의에서 ‘방송 보류’를 최종 결정하기 2시간 전에 국토부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인지했다는 것은 ‘외압’ 또는 ‘사전 조율’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특히 연합뉴스 기자가 김태현 PD와의 통화해서 말한 것으로 알려진 “제작진 쪽에서 연락이 왔다”는 발언 부분이 의혹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진숙 홍보국장 “사실이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

그러나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국토부에서 불방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가 있다고 하자 이진숙 국장은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며 “말이 안 된다”고 재차 강하게 부인했다.

이 국장은 이어 “이사회(임원회의)는 17일 오후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에 열렸고, 방송 보류 결정까지 2시간 가까이 논의가 진행됐다. 내가 바로 두 눈 부릅뜨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렇다면 결정이 나기 전에 임원 중 누가 문자메시지라도 보냈단 말인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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