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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장충체육관 ‘무한도전’ WM7 프로레슬링 경기

▲ 경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왼쪽 위). 경기를 응원중인 사람들(오른쪽 위). 장충체육관 경기장 내부 모습. (아래) ⓒPD저널, MBC
동대입구역 5번 출구. 암표 아저씨가 다가온다. 한 장에 2만원. 오후 다섯 시 반이었는데 폭염은 계속됐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은 끝이 안 보였다. 장충체육관 1-1 게이트 앞에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들뜬 표정으로 엄마 손을 잡고 서있었다. 무한도전 제작진이 초대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7시 경기를 보기 위해 두 시간 전부터 도착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던 한 여성작가는 암표아저씨가 돌아다닌다는 말에 “저희가 여러 방법으로 막으려 했는데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MBC 홍보팀의 안내를 받으며 경기장에 들어오니 4천여 명 관중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달랬다. 제작진은 더위를 달랠 시간도 없었다. 어느 여성작가는 허리를 굽히고 기자석 앞을 휙휙 뛰어다녔고 점퍼를 입은 한 제작진은 “녹화 중엔 문자로 하라”며 바쁘게 핸드폰을 끊었다. 뒤에서는 카메라 앵글과 출연진의 대기상황 등을 체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본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 양복을 입은 진행요원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저 요원, 많이 봤다 했더니 2007년 운동회특집에서 정준하보다 머리가 크다며 이어달리기를 했던 그 요원이었다.

체육관을 둘러보니 ‘지호아빠 힘내요’, ‘코주부 날유’, ‘대세는 정준하’, ‘장충동도니족발’, ‘하하야 넌 최고야..’ 등의 응원문구가 눈에 띄었다. 책상에 놓인 팜플렛을 펼쳐보니 WM7 박명수회장의 인사말이 적혀있었다. “오늘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한 프로레슬링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날입니다.” 이윽고 체육관에 불이 꺼지고, 관중들의 열광 속에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재석의 등장에 경기장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다들 ‘제대로’ 놀기 위해 모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 경기 입장 퍼포먼스 중인 무한도전 멤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명수, 정형돈 정준하, 유재석 손스타, 노홍철. ⓒMBC

축하공연순서부터 각 경기별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모든 과정은 완벽하게 짜여 있었다. ‘태호신’과 제작진, ‘유느님’과 출연진이 얼마나 많은 토론과 합의를 거쳐 만든 구성인지 장면 하나하나에서 느낄 수 있었다. 1경기는 박명수 ‧ 정형돈 대 정준하의 매치였다. 박명수의 슬랩스틱(몸으로 웃기는 코미디)은 노련했고, 정준하와 정형돈의 경기력은 TV로 본 것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온 몸에 두른 파스와 압박붕대가 그간 노력의 흔적이었다.

2경기는 ‘돈가방 매치’로 노홍철과 길이 등장했다. 둘 다 미니시리즈 ‘WM7’에서 기술을 익히는데 어려워했던 터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둘은 특유의 반칙공격을 이어가며 볼거리를 선사했다. 길은 ‘무리수’ 악역으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관중들은 어느 샌가 어린아이가 되어있었다. 나도 잠시 취재를 잊고 박명수의 화려한 반칙기술과 쪼쪼 댄스에 몰입했다. 2경기가 끝날 무렵 뒤에서 촬영팀 목소리가 들렸다. “타이거 JK 준비할게요.”

타이거 JK와 윤미래 ‧ 유재석은 오랜만에 ‘퓨처라이거’를 재결성해 무대에 올랐다. 유재석과 윤미래는 1년 전 히트송 ‘Let's Dance’를 힘 있게 질러댔다. 체육관의 관중들 모두는 일어나 몸을 들썩였다. 노래가 끝나고 숨을 돌린 유재석이 말했다.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객석을 가득 메워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챔피언 벨트를 차지할 수 있게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3경기는 유재석 ‧ 손스타와 정준하 ‧ 정형돈이 한 팀을 이룬 태그매치 타이틀전으로 진행됐다. 이날 정준하는 비주얼부터 경기력, 쇼맨십까지 모든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했다. 그가 이렇게 멋져 보인 적은 무한도전 시청 5년 만에 처음이었다. 유재석의 ‘미친 존재감’도 경기에 열기를 더했다. 유재석은 날쌔게 단련된 몸으로 뚱보 형제에게 반격했다. 유재석과 손스타가 정준하에게 먹인 ‘더블 수플렉스’는 이날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정형돈의 수플렉스 또한 리플레이를 보고싶을 만큼 완벽해보였다.

▲ 경기가 끝나고 인사하는 무한도전 멤버들. ⓒMBC

혼신의 드롭킥을 날린 뒤 정준하와 터치하고 나온 정형돈은 서 있을 힘도 없는지 무릎을 꿇고 수건으로 땀을 연신 닦아냈다. 그리고 어깨에 파스를 뿌렸다. 1년여 기간 동안 노력한 시간들이 그를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링 위에 있던 이들이 게임에 완전히 몰입한 만큼 관중들도 탄성을 지르며 집중했다.

결국 3경기가 화려한 앤딩으로 마무리되고, 유재석과 정형돈은 서로를 껴안고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멤버들 모두 링 위에 올라섰다. 정형돈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저희 경기가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형돈과 정준하는 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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