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갔다고 믿는 산악인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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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준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 박준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PD저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박준우 PD는 지난해 산악인 오은선씨의 칸첸중가 완등의혹이 제기된 때부터 사건에 주목했다.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칸첸중가에서 수원대 산악회깃발을 획득한 김재수 대장과는 방송 이틀 전에야 만날 수 있었다. 전문산악인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를 할수록 의혹은 커졌다.

박 PD는 이번 일이 오은선씨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전문산악인과 언론‧자본‧성과주의가 결합한 고질적 문제라고 밝혔다.

박 PD는 오은선씨가 의혹을 해소하려면 양심선언을 하거나 다시 칸첸중가에 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경우 세계 최고 14좌 완등의 타이틀은 경쟁자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박 PD는 “14좌 완등은 해외 산악인들 사이에서 용도 폐기된 개념”이라며 “한국사회도 등정주의를 벗어날 때”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12월 3일 오은선씨 해명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때는 왜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나.
“오은선 씨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바보 취급했다. 자기가 얘기하면 대충 다 넘어갈 줄 알았나보다. 기자들이 공개된 사진의 원판 공개만 요구했으면 누구라도 수원대산악회 깃발을 찾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문제였다. 홀리 여사에게 인정받았다는 주장만 직접 확인했어도 오 씨의 주장을 의심할 수 있었다.”

- 언론은 오 씨의 주장을 받아 쓴 셈이 됐다.
“14좌 완등 당시에도 KBS를 포함한 방송사나 조중동 모두 어울려서 꽹과리만 쳤다. 기자들도 받아쓰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오은선과 함께했던 KBS 제작진은 그녀가 칸첸중가에 갔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PD라면 알 것 같다. (제작진이) 무전도 베이스에서 듣고, 사진도 확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방송을 보니 오은선씨가 박 PD를 무시하더라. 압박은 없었나.
“카메라가 돌면 (사람이) 달라지더라. 그 분 성격인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해서 의문을 제기하니까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그분 입장에선 내가 문외한 피디일 수밖에 없다. 오은선씨 측에서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다’라며 제작과정에서 늘 겪는 수준의 압박을 했다. 주변에서도 왜 국가적 영웅에게 그러냐며 말이 있었다.”

- 칸첸중가 완등에서 오은선씨가 잘못한 게 무엇인가.
“증거부족이다. 오 씨는 14좌를 목표로 자신의 등반을 방송에 내보냈다. 순수한 등반과는 달랐다. (등산이) 스포츠를 넘어갔다면 기록을 인정받고 싶을 때 합당한 근거를 대야 했다. 세계 최초로 인정받고 싶었다면 증거가 확실해야 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가 불충분했다. 칸첸중가는 8450m 이상부터 오로지 한 길 밖에 없다. 오은선은 그 한 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등정 속도도 마지막 4시간 동안 비상식적으로 빨랐다. 악천후 속에서.”

▲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오은선 칸첸중가 의혹 편의 장면들.
- 전문 산악인들의 입장은 어떤가.
“갔다고 믿는 산악인들은 거의 없다. 엄홍길 대장 역시 제작진에게 ‘(오 씨가 칸첸중가 정상에) 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유보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는 싫다며 거친 반응을 보였다. 전문산악인들은 다들 입을 안 열려고 했다. 엄홍길씨 같은 전문 산악인들이 책임감 있게 모여 논의하면 금방 해결 될 수 있는 문제였다.”

- 해외에서 14좌 완등은 어떤 의미인가.
“해외 전문산악인들 사이에서 14좌는 용도폐기 된 개념이다. 14좌보다 중요한 건 등로주의다. 어떻게 산에 올라갔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꼭대기에 갔느냐(등정주의)가 중요하다. 아마 히말라야에서 한국인들만의 루트는 거의 없을 거다. 한국의 등정주의는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언론이 등정주의를 몰고 가고 산악인들이 타이틀을 걸면 자본이 후원을 해주는 고질적 상황이 계속돼 산악인들이 등로주의로 옮길 여건이 안 된다.”

- 앞으로 계획은.
네팔 들어갔을 때 헬기로 칸첸중가에 가고 싶었는데 우기여서 갈 수 없었다. 개인적으론 칸첸중가 후속을 다루고 싶다. 하지만 이번 방송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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