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뮤지션 유세윤의 ‘리얼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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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엠넷 ‘UV신드롬’, 페이크를 가장한 풍자극

▲ Mnet <UV 신드롬>
유세윤이 천재 뮤지션이 된 배경은 이렇다. 우리는 연예인이 겉으론 ‘리얼’을 외치지만 인기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리얼’을 강조할수록 의심만 늘어난다. 유세윤은 처음부터 ‘UV신드롬’이 거짓이라 선언한다. 덕분에 시청자는 ‘리얼’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UV의 페이크 다큐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UV신드롬’에는 리얼이라 착각할 만큼 극적 긴장감이 몰려온다. 그룹 UV는 ‘기획사의 아이돌 연애금지를 철폐하라’며 피켓시위를 하고, 문화부에 찾아가 ‘연애자유 법안’을 제출한다. 표절의혹, 방송심의규제 철폐 등 무거운 소재들도 자유롭게 꺼내들어 할 말을 해버린다. 임진모, 김태훈 등 평론가들과 연예부 기자들은 UV의 행보에 추임새를 넣어주며 비평한다. 이거, 완전 리얼이다.

UV의 행보는 단순한 웃음을 위한 가학이나 엽기적 행동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리얼 뮤지션들이 구조적으로 할 수 없는 언행을 뱉어내며 과거 ‘68세대’처럼 일탈을 감행한다. 레게머리를 고집하는 유세윤은 기존 뮤지션들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을 고발하며 해결하려 노력한다. 연예인 인권을 위해 1인 시위와 집회를 하며 아이돌의 호응을 이끌고, 아이돌의 행복권을 주장하며 법을 만들고 기획사 대표와 논쟁한다.

▲ <UV신드롬>의 한 장면. UV는 아이돌의 인권을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Mnet
이뿐만이 아니다. “행사의 참된 의미는 나이와 세대를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되는 것”이라며 “행사가 돈벌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UV는 첫 행사장소로 기사식당을 찾는다. 또 할머니를 코디네이터로 영입해 좋아하는가 하면 침체된 음반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홈쇼핑에 출연, 본인들의 CD가 “간장게장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장사꾼을 자처한다. 방송심의규제가 뮤지션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심의가 없는 고등학교 교내 방송에 출연한 적도 있다. 모든 에피소드는 대한민국 뮤지션과 이들을 둘러싼 사회구조에 대한 풍자로 연결된다.

▲ 지난 19일 그룹 UV가 장충체육관에서 <무한도전-WM7>경기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MBC

한국사회에서 뮤지션은 엔터테이너가 된지 오래다. ‘UV신드롬’은 자본과 엔터테인먼트에 잠식된 음악인의 삶을 풍자한다. ‘무릎팍도사’에 나오던 엔터테이너 유세윤이 뮤지션을 자처한 게 풍자의 시작이다. 하지만 뮤지션 UV는 역설적으로 당당한 뮤지션이 된다. UV의 성공이야말로 풍자의 결정판이다.

UV는 지난 19일 MBC <무한도전> WM7 레슬링경기 축하공연에 나섰다. 이날 UV는 타이거 JK, 싸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람들은 UV를 가수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에서 페이크와 리얼의 경계는 모호하다. 이들은 이 점을 공략해 성공한 엔터테이너가 됐고, 뮤지션이 됐다. 유세윤이 천재 뮤지션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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