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 그들 스스로 말하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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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제, 그들 스스로 말하게 하고 싶었다”
[인터뷰]〈MBC스페셜〉 ‘미니멈 청춘’ 한홍석 PD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8.24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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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대학 등록금과 주거 문제까지 더해 ‘청춘’은 골병들고 있다. 과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한 달 꼬박 일해 버는 돈은 80만원 남짓. 학자금을 갚고, 방 월세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휴대폰 요금이 아까워” 연애도 하지 못하고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만 여전히 구직자 신분으로 남거나 기껏해야 인턴이나 계약직에 만족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청년실업이란 통계로만 존재했을 뿐,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는 배제되어 왔다. 이들은 그저 수동적인 존재이거나, ‘침묵하는 다수’로 폄하되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3일과 20일 방송된 〈MBC스페셜〉 ‘미니멈 청춘’ 2부작은 주목할 만하다.

▲ 지난 13일,20일 방송된 〈MBC스페셜〉 ‘미니멈 청춘’ 2부작의 한 장면. ⓒMBC
‘미니멈 청춘’은 청년실업과 주거, 최저 임금 문제 등에 관해 당사자이자 주체인 청년들 스스로 ‘말하게’ 한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조인 ‘청년 유니온’과 김영경 위원장을 중심으로 ‘가난한 젊은이들의 유쾌한 반란’을 그렸다. 묵직한 주제를 영화 같은 영상과 힙합의 비트 속에 담아낸 한홍석 PD는 “그들이 스스로 말하고 싶어 했고, 나는 그런 장을 만들어 준 것뿐”이라며 “내 역할은 청년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청년 유니온’을 취재할 때만 해도 한 PD는 지금의 20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 중 한 명이었다. 방송을 보고 난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그랬다. 치기어리다, 게으르다, 배부른 소리다…. 하지만 약 네 달간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한 PD의 생각은 달라졌다. 그는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고,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들 말을 빌리자면 10명이 A+를 받아도 1명만 살아남는 현실이다. 이런 구조에선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왜 불만만 갖고 눈높이를 낮추지 않느냐고 한다. 실제로는 스펙을 엄청 쌓으라고 교육하고 눈높이를 높게 만들면서 중소기업 이하로 가라고 하니 열 받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20~30대를 욕할 게 아니라 40~50세대들이 반성해야 한다. 그런 구조를 우리가 만들어놓고 청년들이 문제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 한홍석 MBC PD ⓒPD저널
청년들이 그들의 입으로 그들이 처한 문제를 말하도록 하기 위해 한 PD는 처음으로 ‘노 내레이션(no narration)’ 방식을 채택했다. 인터뷰 중에도 일체의 자막을 사용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24프레임으로 촬영한 감각적인 영상과 생생한 현장의 소리뿐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자막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스타 내레이터’가 뜨는 요즘, 드물게 실험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한 PD는 “국내 TV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서구 사회에선 보편적인 방식”이라며 “실험이 아닌, 다큐멘터리의 원론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이 그 자체로 말하게 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기본 정신이다. 사실 자막과 내레이션은 시청자를 편하게 하지만, ‘노 내레이션’은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시청률 압박 때문에 잘 시도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하지만 100% 다 그렇게 가기보다는 10%는 정도는 현실 그 자체에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연출 경력 20년을 훌쩍 넘긴 그이지만 다큐멘터리의 기본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다큐멘터리가 소재주의에 빠지거나 내레이터를 바꾸는 것만을 근본적인 변화라 할 수 없다. 본래의 다큐멘터리로 돌아가 출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젊은 PD들이 실험적인 시도들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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