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비밀팀 존재는 사실…소송도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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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비밀팀 존재는 사실…소송도 각오”
[인터뷰]김태현 〈PD수첩〉 책임PD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8.24 17: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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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MBC 'PD수첩' 책임PD.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우여곡절 끝에 오늘(24일) 밤 11시 15분 전파를 탄다. 당초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던 국토해양부의 ‘비밀팀’이란 표현이 ‘태스크포스(TF)팀’으로 수정되고 일부 내용이 보강됐다. 김태현 〈PD수첩〉 CP(책임PD)는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비밀팀’이란 표현을 뺐다”면서도 “하지만 비밀팀의 존재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이 정상적으로 나가게 되면서 시사교양국 PD들의 제작거부 사태 등은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장책임제’ 하에서 본부장이 방송 전에 함께 시사를 진행한데 대한 고민과 과제가 남았다. 지난 23일 〈PD수첩〉 방송이 결정난 직후 김태현 CP를 인터뷰했다.

▲ 김태현 MBC 'PD수첩' 책임PD.
-방송 결정이 어떻게 났나.

“지난 23일 오전 시사교양국 CP 회의가 있었다. 불방 사태의 해법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임원실에) 올라갔다온 시사교양국장이 오전 11시에 시사를 하자고 했다. 사장이 보는 건 안 되니까 편성과 제작 책임자가 보는 것으로 안을 낸 것 같았다. 화요일(24일)에 방송이 안 나가면 시사교양국 PD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간다고 천명한 상태였고, 상황이 정리된 다음에는 징계위원회에 줄줄이 회부되는 수순이 뻔히 예상됐기에 국장이 걱정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국장이 낸 안에 따라 시사를 했고, 문제없다고 해서 방송을 한 것이다.”

-시사 후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당초 제작된 그대로다. 다만 ‘비밀팀’과 같은 표현을 수정하고, 추후 있을 소송 가능성을 대비해 내용을 보강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비밀팀’이 허위사실이라고 하는데 이걸 갖고 소모적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밀팀의 존재는 사실이지만 지엽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것보다 방송에서 하고자 했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는 게 좋다면 빼고라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

-‘비밀팀’의 존재가 쟁점인데.

“팀이 만들어지면 멤버 발령이 나야 하는데 전혀 발령 사항이 없었다. 원 소속을 유지하면서 국토부 회의실도 아닌 한강홍수통제소 사무실을 사용했다. (팀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법원에 가서도 다툴 수 있는 부분이다. ‘비밀팀’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TF팀이 처음 올린 보고서에서 자연하천에 가까웠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어떻게 보가 4개에서 16개로 늘어나고 수심이 갑자기 6m가 되는 등 왜 그렇게 바뀌었는가 하는 점이다.”

-믿을만한 제보가 있었나.

“TF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제보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누가 와서 뭐라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취재 결과 한 사람은 부인하고, 다른 한 사람은 한 두 번 참석한 것을 인정했는데, 그들이 이 팀에 들락거린 건 사실이다. 본인은 수심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제보자는 그들이 수심 6m를 강요했고, 그들이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이며 포항 출신 실세라고 전했다. 그래서 반발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진통 끝에 편성·제작본부장이 시사를 했다. 국장책임제 위배가 아니라고 보나.

“두 본부장이 사장의 언질이나 위임을 받고 시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방송이 안 나가면 이후 닥칠 여러 파장들을 타파하기 위해 국장이 나름대로 연구해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전제조건도 있었다. 시사 후에 수정 요구가 있을 경우 제작진 입장에서 합리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재철 사장이 애초 보자고 했던 시사와는 달라졌다고 본다.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국장이 결정한 것이었고, 때문에 국장책임제 정신이 훼손됐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전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우리도 많이 주저하고 과연 지금도 잘 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다음에도 사장이 보자는 얘기는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제작본부장이나 편성본부장이 보자고 하는 상황은 올 수도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변해서 또 보겠다고 하면 그때 가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겠지만 상황에 맞춰서 투쟁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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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천 2010-08-26 09:57:24
소송을 각오하고, 방송해주신 제작진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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