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김재철 사장은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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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방 논란을 빚었던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24일 방송됐다. 지난 17일 전파를 탔어야 할 프로그램이 김재철 MBC사장의 방송보류 결정으로 방영이 일주일 연기된 것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PD수첩〉 ‘4대강 비밀’편이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예정대로 〈PD수첩〉이 방송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MBC 경영진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대본이 사전 심의를 통과했고, 국장 시사에서도 문제가 없던 프로그램을 사장이 ‘보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MBC는 사실 확인 필요성을 거론하며 ‘사장 직접 시사’의 정당성을 항변했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자신이 임명한 국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 김재철 사장은 앞으로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마다 본부장이나 국장을 통하지 않고 바로 PD나 기자를 호출해 ‘사전 시사’를 감행할 생각인가.

물론 방송사 사장은 프로그램과 관련해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장이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사실’까지 직접 확인하지는 않는다. 그럼 시사교양국장이나 보도국장이라는 직책은 왜 있는 것인가. 자신이 임명한 보직 간부들의 판단도 믿지 못하는 사장, 그래서 구체적인 ‘사실 확인’까지 사장이 직접 챙기는 방송사를 과연 정상적인 언론사라고 할 수 있을까.

김재철 사장이 ‘방송 보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이런 저런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지시에 방점을 찍는 이들도 있고, MBC 경영진이 알아서 정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들도 있다. 물론 둘 다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이번 ‘방송 보류’ 결정이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이란 것을 보여준다.

이번 〈PD수첩〉 파문은 김재철 사장의 역량과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동안 노조와 경영진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인사들마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영진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김재철 사장이 MBC 구성원들로부터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는 길은, 김 사장이 ‘방송 보류’ 결정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만이 좌초 위기에 놓인 ‘김재철 호’를 그나마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또다시 ‘마이 웨이’를 고집한다면 김재철 사장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의 ‘민심 변화’를 읽지 못하는 MBC 경영진은 항상 불행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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