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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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배은실 통신원
  • 북경=배은실 통신원
  • 승인 2010.08.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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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한국의 이곳저곳에선 광복절 행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바다 건너 중국에선 이날을 간쑤성 저우취 희생자를 위한 애도일로 선포했다. 지난 8월 16일(오후 4시 기준) 저우취 지역 산사태로 1254명의 재난민이 발생했고 490명이 실종되었다.

이런 가운데 1976년 26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히터 7.8 규모의 당산대지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당산대지진> 전국상영에 들어가면서 중국 영화사상 최고의 박스오피스 기록행진을 벌이고 있다. 펑사오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당산대지진>은 상영 일주일 만에 1억8000위안(한화 315억 원 상당)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8월 중순 5억 위안(한화 875억 원) 선을 돌파했다. 한편에서는 10억 위안(한화 1750억 원) 실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2010년 봄 칭하이 위슈대지진 그리고 이번 저우취 산사태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자연재해가 중국을 덮친 씁쓸한 현실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당산대지진>은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혹자는 펑샤오강 감독을 중국의 스필버그라고 평가했다. 영화를 풀어나가는 솜씨, 흥행성적은 물론이고, 유독 영화제 수상과 인연이 없는 것을 보면 그런 평가가 얼추 들어맞는다. 지난 2008년 12월에 발표한 <쉬즈 더 원>으로 3억 2500만 위안(한화 569억 원 상당)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면서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 감독임을 증명한 그는 지난 30년 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소재에 도전했고, 그 결과는 최고의 박스오피스로 돌아왔다.

이는 2009년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했던 영화 <난징! 난징!>과 극명한 차이를 보여 준다. 두 영화는 모두 유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했고, 강력한 언론 플레이가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에서는 일치하지만, <난징! 난징!>의 박스 오피스는 1억 7200억 위안(한화 301억 원)에 그쳤다.

요즘 언론은 <당산대지진>의 오스카 진출문제로 뜨겁다.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참가 신청일까지 약 2개월이 남은 가운데, <당산대지진>과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산사수지련(미개봉)>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누가 중국을 대표에 오스카에 참가하게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에 대해 펑샤오강 감독은 ‘<당산대지진>은 중국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지 영화제용 영화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언론과 민심은 그의 오스카행을 내심 기대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오스카진출 타당성 분석’이라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 북경=배은실 통신원/ 게오나투렌

사실 중국에 살면서 <당산대지진>과 펑샤오강 감독의 업적을 목격하는 것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지 다시는 당산대지진과 같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 제2의 <당산대지진>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8월 15일, 중국 전국 극장가는 저우취 피해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하루 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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