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의 목적은 ‘PD수첩’을 감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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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훔쳐보기’ 비난…“김재철, 이주갑 국장 물러나야”

20년 만의 불방 사태를 빚었던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결방 1주일만인 24일 밤 전파를 탔다. 〈PD수첩〉은 지난 23일 본부장 등의 시사를 통해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한 뒤, 24일 밤 9시 10분께 김재철 사장의 확인 시사를 거쳐 정상적으로 방송을 내보낼 수 있었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 포기 선언을 한 뒤에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운하와 유사한 프로젝트로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인 청와대 행정관이 ‘수심 6m’ 의사를 관철시켜 왔다고 폭로했다.

제작진이 밝힌 대로 본부장 등의 시사 후에도 전체적인 방송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방송이 최종 결정되는 과정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MBC 단체협약에 ‘국장책임제’가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부장이 사전 시사를 진행했고, 김재철 사장까지 방송을 앞두고 끝내 ‘확인 시사’를 했기 때문이다.

▲ 김재철 MBC사장 ⓒPD저널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25일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이 ‘훔쳐보기’를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MBC노조는 성명에서 “〈PD수첩〉을 마음대로 가위질하고, 이를 통해 단체협약의 공정방송 조항이 무력화됐음을 선포하고자 칼을 빼들었던 김재철 사장으로서는 아무것도 자르지 못하고 칼을 거두기가 쑥스러웠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큰 집’이 얼마나 실망할 것인지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큰 집’의 매서운 눈총이 두려웠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는 ‘큰 집 보여주기용 훔쳐보기’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장책임제 한계…공정방송 실질적 보장 방안 추진”

노조는 “비록 ‘훔쳐보기’로 마무리 됐지만, 이번 〈PD수첩〉 불방 사태를 계기로 김재철 사장이 MBC에 온 목적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김 사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PD수첩〉과 MBC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요, 공정방송을 지키는 방패막이가 되는 게 아니라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그가 공영방송 MBC의 사장 자리에 더 이상 머물러선 안 되는 이유는 더욱 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주갑 시사교양국장을 향해서도 “〈PD수첩〉을 책임지는 국장으로서 사장의 간섭과 외부의 압력을 물리쳐야 할 책임과 권한을 내팽개친 채 김재철 사장의 ‘훔쳐보기’ 쇼에 들러리를 섰다”며 “김 사장의 강요와 협박에 굴복해 들러리가 되는 국장에게 우리는 공정방송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MBC는 물론 자신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장책임제’만으로는 공정방송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면서 “국장 스스로 권력의 회유와 협박에 굴복한다면 공정방송은 언제든 모래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있을 공정방송 협의회나 사측과의 단체협상에서, 공정방송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국장 책임제를 강화하고 단협에 명시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수에 그친 김재철 사장의 비판 프로그램 손보기와 단협 무력화 기도가 앞으로 더 노골화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가 보여줬듯이, 여전히 MBC의 양심은 살아 있고, 우리 국민도 살아 있다. 도발하라. 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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