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기본계획, 짬뽕 속에 피어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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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선정방식 등 복수안 ‘모순’으로 범벅…“2개 사업자 선정 의도”

“짬뽕 속에 피어난 꼼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지난 17일 공개한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승인 기본계획안에 대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의 평가다.

방통위는 기본계획안에서 종편 사업자를 절대평가(준칙주의) 혹은 비교평가 방식으로 결정하되, 비교평가 방식일 경우 2개 이하 혹은 3개 이상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각각의 안의 논거들끼리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방식이라면 하나의 종편도 선정하지 않는 방법까지 포함돼”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절대평가는 사업자 수를 사전에 정하지 않고 사업계획서 심사 등을 통해 일정한 심사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 모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비교평가는 사업자 수를 사전에 정하고 정해진 사업자 수 범위 내에서 고득점으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절대평가 방식은 심사기준을 총족하지 못할 경우 1개의 사업자도 선정하지 않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조 소장은 “절대평가 방식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논리 모순”이라며 “1년 넘게 온 나라를 들쑤시면서 종편을 도입하겠다고 하고 들고 나온 계획안에 종편 자체를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절대평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또 절대평가와 비교평가에 차이가 있으려면 심사기준부터 달리 제시해야 하는데 기본계획안은 다른 심사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조 소장은 “기본계획안의 무게는 비교평가 방식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주최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열린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 기본계획안을 분석한다’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발언을 하고 있다. ⓒPD저널
그뿐만이 아니다. 기본계획안은 비교평가 방식으로 될 경우 2개 이하(1안) 혹은 3개 이상(2안) 종편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1안에 대한 주요 논거로 △신규 사업자 간 과당경쟁 방지 △유료시장에서의 안정적 지위 및 사업성 확보를 바탕으로 시장에 조기 안착해 방송시장 내 경쟁구도 형성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송출 부담 상대적 경감 등을 내세우고 있다.

2안에 대한 주요 논거는 △다수 사업자의 시장경쟁에 따른 방송 산업 경쟁력 향상 △글로벌 시장, 국내 시장의 동태적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국내 방송광고 시장 상황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음 △공평한 방송사업 기회 부여 등이다.

문제는 기본계획안이 비교평가 방식을 선택할 경우를 상정한 1, 2안에 대한 주요 논거를 제시함에 앞서, 비교평가 방식이 채택돼야 할 논거로 “사업자 수를 제한하지 않아 다수의 사업자가 선정될 경우(절대평가를 채택할 경우) 방송시장의 사업성 악화와 방송의 지나친 상업화, 인건비 등 가격 상승 등으로 전체 방송시장 발전을 저해할 우려”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즉, 비교평가 방식을 선택할 경우를 상정한 2안을 채택해야 할 이유와, 비교평가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조 소장은 “이 같은 코미디는 기본계획안이 비교평가 방식을 선택할 경우의 1안으로 2개 이하 사업자 선정을 설정하고 있는데서 비롯하지만, 왜 2개 이하가 1안과 2안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지에 대해선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본계획안은 보도채널에 대해선 비교평가 방식으로 사업자 수를 결정할 경우 1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1안과 2개 이상 사업자를 선정하는 2안을 제시하고 있다. 1안의 논거는 이미 시장에 2개의 보도채널(YTN·mbn)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기본계획안이 공개된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같은 논리라면 종편채널도 시장이 이미 지상파 방송사가 있는 만큼 (보도채널처럼) 1개 이상 혹은 2개 이상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소장은 “시장에 존재하는 지상파 방송과 만리장성을 쌓은 채 보도채널과 달리 종편 2개를 기준으로 1안과 2안을 구분하고 있는 기본계획안은 그 자체로 매우 나쁜 ‘꼼수’”라고 비판했다.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순차편성…고교 리그 탈락한 야구팀 중학교 리그로 보내는 꼴”

쟁점 사항 대부분을 복수안으로 제시한 기본계획안이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은 종편과 보도채널의 최소 자본금 규모다. 기본계획안은 종편과 보도채널에 각각 3000억원, 400억원으로 최소납입금 규모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소장은 “종편의 경쟁자인 주요 지상파 방송의 연간 콘텐츠 총제작비만 해도 4000억~5000억원 수준이며, 순수제작비만도 3000억원이 넘는다”라며 “이런 현실에서 달랑 1년 영업비용에 해당하는 3000억원을 종편채널의 최소 납입금으로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남표 MBC 연구위원도 기본계획안이 1년 영업비용을 근거로 종편의 최소 납입금을 3000억원으로 잡은 데 대해 “종편을 1년만 하고 그만두게 하겠다는 것인가. 책임 있는 계획이라면 5년의 상은 그리고 최조 1조원 정도를 (최소 납입금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 역시 “종편에 들어오는 사업자들에겐 인·허가권만큼 퇴출 문제도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면 (1년 만에) 나갈 수도 있다. 정권이 바뀌고 종편에 지상파에 준하는 심의규정 등을 적용하면 퇴출도 쉬울 수밖에 없다. iTV 사례도 있지 않나”라며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밖에도 기본계획안이 종편·보도채널 선정 시기와 관련해 동시선정과 순차선정(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후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이란 복수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준상 소장은 “종편과 보도채널의 납입자본금 규모가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종편 선정 이후 보도채널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종편 준비 사업자에게 사실상 두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종편 탈락 사업자에 대한 이 같은 배려 역시 정치적 꼼수의 성격이 짙다”고 비판했다.

이남표 위원도 “순차선정은 고교 리그에 속해있는 야구팀이 탈락하면 중학교 리그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방통위가 연내 신규 홈쇼핑 사업자 선정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고교 리그에서 탈락한 팀을 중학교도 아닌 초등학교 리그에 보내겠다는 것으로 이처럼 계속 안전판을 만드는 게 과연 공정한 방식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우환 전국언론노조 사무처장은 기본계획안에 대한 논의를 떠나 종편 사업자의 ‘필패’를 전망했다. 이 사무처장은 “현재 지상파 방송들은 매체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 마련을 고민하는 시점인데, 왜 조중동이 스마트폰 시대에 (방송이라는) 낡아빠진 플랫폼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마치 4대강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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