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개각 사퇴 파동’과 관련해서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사과 5인방’이라고 지칭을 하고 싶은데요, 이들이 사과를 하는지 앞으로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실 전 외교적 어법의 사과보다는 진정어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들에게 ‘그걸’ 기대하는 건 좀 무리인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자 순위를 한번 매겨봤습니다.
1위 : 이명박 대통령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은데요, ‘8·8 개각 파문’의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4일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청와대에 모두 보고가 된 사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K’ 신호를 보냈고 결국 사퇴 파동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지금 대다수 언론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정작 화살을 겨눠야 할 대상은 이 대통령입니다. 최종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번 개각의 실패를 자인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언론보도는 일부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사과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이 대통령이 사과할 것 같은가요.
2위 : 청와대 기자단과 언론들
청와대 기자단과 언론을 2순위 꼽은데 고개를 갸우뚱해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이번 ‘8·8개각’에 있어 언론의 책임, 특히 그 중에서도 청와대 기자단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예전 글에서도 한번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요,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은 이번 개각이 발표될 때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제 입장에선 잘 이해가 안가는 대목인데 어찌됐든 ‘그들’은 그렇게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합의한 ‘보도유예’의 결과물이 바로 ‘8·8 개각’인 셈입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이번 ‘8·8 개각 낙마’와 관련해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민심이 어떠니 하면서 떠들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한 재발방지 그리고 대응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부끄러움도 모르고 언론들은 또 다시 ‘민심 운운’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 낙마와 관련해 도지사 시절 제대로 감시를 못했다’며 30일 사과문을 1면에 게재한 것이 유일합니다. 사과를 해야 할 언론들은 ‘모른 척’ 하고 있고, 굳이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언론은 사과를 하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어떤가요. 청와대 기자단과 언론이 사과를 할 것 같은가요.
3위 : 청와대 검증라인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 검증라인의 문제는 한두 번 불거진 게 아닙니다. ‘고소영 내각’ 파문이 벌어졌을 때도 청와대 검증라인에 대한 쇄신 요구는 수없이 제기됐지만 결국 ‘없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30일과 31일 의원 연찬회에서 당청 관계개선과 이번 개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본격 제기할 것이라고 하니 상황을 한번 지켜보지요.
그런데 이 정도 되면 이번 인사실패와 관련해 자성이나 책임론 등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올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럴 기미는 보이질 않네요. ‘국민의 뜻’이니 ‘민심’이니 하는 어정쩡한 입장만 언론을 통해 보도될 뿐 ‘뼈를 깎는 자성’은 없는 듯 보입니다. 청와대 검증라인 중에서 사과를 하는 관계자가 있을까요. 익명으로라도 좋으니 그런 ‘사람’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4위 :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실 분 있으신가요.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이번 ‘8·8 개각’과 관련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당부를 드리면 이번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을 청와대에게만 제기하는 ‘찌질한 태도’는 접으라는 겁니다. ‘8·8개각’에서 한나라당 책임이 크다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내용입니다. 자신들은 당청 관계에서 피해자라는 인식은 접으시기 바랍니다. 청와대 쇄신을 요구하기 전에 ‘한나라당의 자기반성’부터 하라는 얘기입니다. 한나라당이 과연 자기반성을 할까요. 두고 보지요.
5위 : 김태호·신재민·이재훈
유구무언입니다. 그냥 사과하세요! 국정운영에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 뭐 이런 얘기 말고, 깨끗하게 그냥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걸 원하는 시민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