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디스크>는 ‘좋은 음악’을 트는 방송이다. “좋은 음악이 뭔지는 각자 다르지만 중요한 건 편식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는 그녀는 “요즘 음악은 다양성이 없어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청취자에게 ‘숨겨진’ 좋은 음악을 찾아 들려준다.
청취자 층은 으레 그렇듯 10대~20대 위주가 아닌 30대다. “30대 이야기를 했을 때 귀를 기울여주는 20대, 50대가 있어요. 모두가 30대의 목소리를 궁금해 하는데 (요즘은) 10대 목소리만 있으니까…10대에 눌려있던 30대, 40대들이 목소리 낼 때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걸 알게 됐죠.”
음악에 의한 ‘삶의 치유’를 바라는 DJ는 청취자와 소통하고 음악을 들으며 성숙해졌다. 최근 뉴욕에 다녀와 책을 썼는데, 이 역시 음악을 위한 과정이었다. 오늘날 ‘뮤지션’들은 음악을 위한 감수성을 키우기보다 엔터테인먼트기술로 ‘수익’을 쫒는 경우가 많다. 선배 뮤지션으로서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 것 같았다.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에요. 짧게 하고 끝낼래, 아니면 오래오래 하고 싶니. 후자를 택한 사람이 있다면 여러 얘기를 해줘야 해요. 만약 사이클 안에서 3년만 하고 빌딩 하나 짓고 끝낼래요, 그러면 설득력 없는 이야기가 되죠. 뮤지션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그 일을 천직으로 생각해야 해요. 여러 공부와 싸움과 경험을 쌓으며 피눈물 흘려야 되요. 정말 그 일이 좋다면 험한 길을 받아들여야 하죠.”
1990년에도 라디오 DJ를 맡았던 이상은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라디오에 대한 애착에는 변함이 없었다. “라디오는 소멸되면 안 되는 매체에요. 젊은 사람들은 라디오가 없어도 살 수 있겠지만 서민들은 돈 안 들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창고가 라디오밖에 없어요. 라디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이에요.”좋은 음악을 트는 곳이 있어야 사람들이 힘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몸이 다섯 개 쯤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라디오가 힘이 된다는 사람이 너무 많고, 사람들의 감수성이 망가지지 않기 바라는 이상은은 라디오를 계속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몸은 하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최근 14집 뮤직비디오를 냈고, 10월엔 공연도 있다. 15집도 구상해야 한다. 그래도 그녀는 즐거워보였다.
우리는 홍대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2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소나기가 쏴아 내렸다가, 그치고 해가 비쳤다. 노래 한곡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The Verve’의 ‘Bitter Sweet Symphony’를 추천했다. 가사가 좋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유튜브로 노래를 들었다. “I let the melody shine, let it cleanse my mind, I feel free now.” (난 멜로디를 빛내고, 내 마음을 비우고, 이제 자유를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