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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최근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가 현재 활동 중인 청소년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 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연예인 성보호, 근로권, 학습권 실태분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성형수술을 권유 받거나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을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조사 대상자중 19세 미만 여성 청소년 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여성 청소년 연예인들의 56.1%가 다이어트를, 그리고 14.6%가 성형수술을 각각 권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들 여성 청소년 연예인들과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권유한 주체는 이들이 소속된 기획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획사들이 여성 청소년 연예인들과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권유하는 배경에는 시청률을 고려해 날씬하고 예쁜 외모를 가진 여성 청소년 연예인들만을 선호하는 방송제작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나아가 방송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청소년 연예인들에게 다리,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 연예인중 10.2%는 연예활동시 특정신체 부위를 노출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러한 노출이 강요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응답이 60%에 달해 청소년 연예인들에 대한 특정신체부위 노출 강요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 한겨레 8월31일자 23면
자사에 소속된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을 스타를 키우기 위해 방송 출연이 필수적인 연예기획사로서는 방송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더 많은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찿을 수밖에 없는 방송국으로서는 단시간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늘씬하고 예쁜 외모의 청소년 연예인의 출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특정 신체부위 노출과 선정적인 행위 등 청소년 연예인들의 성적 대상화를 통해 시청률 끌어올리기에 매달린다. 결국 방송국의 시청률 경쟁이 청소년 연예인들의 성적 대상화와 함께 우리사회에 외모지상주의를 확산시키는 주범인 셈이다.

최근 미국에서 평균 나이 20세의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형수술로 외모를 개선시켜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성형에 대한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 성형으로 외모를 개선시켜 주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은 시청자들보다 성형수술을 휠씬 더 많이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실험 참가들에게 성형수술을 통해 출연자의 외모를 고쳐주는 주제로 제작된 미국 ABC방송의 <익스트림 메이크오버>를 시청하게 한 후 성형수술에 대한 의견을 물은 조사에서 <익스트림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 중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보다 성형 수술을 휠씬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성형수술 후 외모가 예뻐지는 일반인들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청소년들에게 성형수술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성형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성형수술을 통해 행복해 진다는 것을 명확히 제시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프로그램들은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통해 만들어진 늘씬하고 예쁜 외모의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성형을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왜곡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계속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외모 중심의 방송 프로그램은 우리사회 전반에 외모 지상주의를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날씬한 몸매와 예쁜 외모를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을 심한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외모 지상주의는 인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무시하고,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방송은 우리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과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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