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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靑 인사라인 문책론…북·중 “6자회담 재개”

북·중 정상회담 “6자회담 재개 노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일 북·중 정상회담을 열어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후대에까지 이어가기로 거듭 확인하고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후진타오 주석도 “현재의 긴장 국면을 완화하기 위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4박5일간의 방중을 마치고 30일 귀환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이어 2~4면을 할애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계산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보도했다. 조선은 1면 ‘중국, 北 김정은 권력승계 용인한 듯’이란 기사에서 김정은이 다음 달 초 열리는 북한 당대표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후계자의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조선은 이어 3면 기사에서도 “중국이 이번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북한의 ‘3대 세습체계’를 묵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는 “이번 당 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 후계체제를 가시화하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은) 김정일이 원하는 대로 후계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는 사실상의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8월 31일 3면
〈동아일보〉는 1면 기사를 통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두 차례나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중 밀월관계를 과시한 행보였다”면서 “김 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남겨두고 북-중 혈맹의 역사가 깃든 동북3성으로 달려가 중국 지도부와 만난 것은 동북아시아의 ‘한미일 대(對) 북-중 대결구도’를 절묘하게 연출해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에 따라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시아에 형성된 ‘미니 신(新)냉전 기류’가 앞으로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기류는 한미일 3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북-중 간 일시적 공조일 뿐 북한 대외정책의 큰 방향을 전환(빅 턴·big turn)하기 위한 내부 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북-중 밀착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강경 기조 대북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며 “이제 우리나라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핵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우리 정부부터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 ‘문책론’ 제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잇단 낙마를 두고 한나라당 일각에서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의 문책론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30일 ‘당 주도’ 원칙을 천명하면서 달라진 당과 청와대 사이의 역학관계가 주목된다.

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 뜻에 맞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를 이끌어갈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끌려 다니지 않고 당이 견인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의 사퇴를 주도한 것은 청와대가 아니라 여당이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은 “더 이상 해바라기 여당은 없다. 할 말은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겨레는 “당 안팎에선 6·2 지방선거 참패와 7·14 전당대회를 역학관계 변화의 분수령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참패를 통해 여당 의원들은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총선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친이계인 수도권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하자는 대로 무작정 따라가면 다음 총선에서 모두 죽는다는 게 지방선거를 통해 확실히 증명됐다. 우린 대통령보다 민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함에 따라 청와대는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에 걸맞은 인물을 찾고,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후임을 내정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새 총리 후보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후임 총리는 경륜과 도덕성을 갖춘 관리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콘셉트에 따라 경력과 주변 관리가 비교적 잘 된 것으로 알려진 전직 관료나 법관들이 등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청빈 판사’로 유명한 조무제 전 대법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호남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내각에 등용된 김황식 감사원장이나 이석연 전 법제처장, 광주 출신인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후보자 낙마 사태, ‘국민 검증 시대’ 상징적 사건”

 

지난 29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이재훈 장관 후보자 등 3인이 한꺼번에 물러난 것을 두고 경향신문은 “‘국민 검증 시대’ ‘시민 주권 시대’의 개막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은 1면 ‘국민 검증 시대’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어떤 시민들은 의혹을 직접 제보했고, 또 다른 시민들은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검증하고, 판단하고, 소통하고, 전파했다. ‘의혹투성이 후보는 안된다’는 여론은 이렇게 형성되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8월 31일 1면
실제로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는 30일 “(김 후보자 등의 의혹에 대해) 구체적 제보 전화가 많이 와서 업무를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들에게서 받은 질문 중 5가지를 물었다고 밝혔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권력을 시민사회가 나서 제어했고 그 중심에는 트위터로 대표되는 인터넷시대의 평등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청문회 효과, 느리지만 역사의 진보다’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청문회 파동 이후 국민의 마음은 휴가철이 지난 계곡 같다. 몰래 버려진 쓰레기가 여기저기에서 뒹군다”면서도 “느리지만 그래도 조금씩 한국 사회는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현오 임명 강행, 이 대통령 정신 못 차렸나”

후보자들의 줄줄이 낙마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격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겨레는 “굳이 순위를 따질 필요도 없는 0순위 부적격자임에도 눈 감고, 귀 막고 밀어붙였다”며 임명 강행을 성토했다.

한겨레는 “그에게선 무엇보다 반인권적 의식이 두드러진다”며 또한 “여러 차례 위장전입의 불법을 저질렀고, 재임 중 모친상 때 받은 억대의 조의금은 재테크에 이용했다. 청문회에선 인터넷이나 잡지에 떠도는 소문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했다고 실수를 시인하면서도, 관련 의혹은 어떻게 해서든 유지하려고 애쓰는 추한 모습도 보였다”면서 “결국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는데 그런 사람이 경찰조직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이를 임명한 것 자체가 소통과 화합에 어긋난다. 오히려 언제든 국민을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으름장으로 비친다. 민심의 호된 회초리를 맞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거둬들이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공권력의 권위는 물론 법 집행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언행을 한 경찰총수는 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상을 바로잡을 수도,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도 없다”며 “이명박 정권에 충성을 바치면 끝까지 봐준다는 조폭 논리를 심어줌으로써 임기말 권력 누수를 차단하겠다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권력은 정당성을 잃으면 정권도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4대강 수변도시 강행…제2의 청계천처럼?

정부가 4대강 사업 예산과 별도로 수천억원을 들여 4대강 주변에 수변도시를 조성키로 해 사업 타당성과 예산 전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수변도시는 서울시의 청계천 사업을 모델로 4대강 본류의 물을 지류로 퍼 올려 도시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공적으로 물의 흐름을 바꾸는 공원 조성사업 모델이 적절한지에 대해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30일 4대강 물을 흘려보내는 ‘물 순환형 수변도시 조성’ 시범사업 지구 4곳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강수계 소양천(여주보), 낙동강수계 금오천·구미천(칠곡보), 영산강수계 광주천(승천보), 금강수계 중교천(탑정저수지)이 대상 지역이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본류에는 풍부한 물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방하천은 14.6%가 말라 있고 복개 하천도 243㎞에 달해 정비가 시급하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급하지도 않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발상”이라며 “4대강 사업에 경도된 정부의 예산집행 난맥상을 드러낸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국토 및 부동산 개발학과)는 “수천개에 이르는 하천 정비를 포기하면서 4대강 수계의 수변도시 조성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예산 규모가 큰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마저 거치지 않았다면 불법 전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년 전국 3800여개 하천 정비예산으로 8000억원이 사용된다”며 “이번 시범사업은 하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만큼 예산 전용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밝혔다. 또 “예비 타당성 조사는 500억원 규모 이상에만 필요한 것으로 이번 시범사업은 그 같은 절차가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4대강 본부장 “습지 없애야” 논란…여성 비하 발언도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이 “습지는 홍수에 부담이 되므로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심 본부장은 30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 4대강 사업에 대한 현안보고를 하던 중 김광림 의원이 “강 한복판의 모래산 위에 생긴 잡목이 습지란 이름으로 돼 있다. 환경부는 국토부가 가라고 하고, 국토부는 환경부가 가라고 한다”며 사업 추진을 위해 환경부와 논의할 것을 촉구하자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심 본부장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하천에 흙과 모래가 쌓여 일종의 섬 같은 게 생기고 나무가 자란다. 그 지역 주변에 강이 많으면 물이 차기도 하고 습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며 “홍수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부담이 돼 없어져야 한다.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경단체는 잘 모르면서 ‘50년 된 멋있는 습지를 왜 없애느냐’고 공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에 따르면 심 본부장은 이날 연찬회에서 “대학에서 파워포인트를 할 때 아름다운 여배우 사진을 흥미를 끌기 위해 넣는다. 또 마술도 하나씩 하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배우들과 마술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곤란하다고 하더라. 마술과 여배우 없이 (강연)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심 본부장의 현안 보고에 앞서 ‘집단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으나, 심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예방교육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조선일보는 지적했다.

한예조 내달 1일 파업…‘김탁구’ 등 차질 없을 듯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이 지난 29일 미지급 출연료 해결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내달 1일부터 현재 방영 중인 외주 제작사 드라마에 대한 촬영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드라마 제작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기드라마인 KBS 〈제빵왕 김탁구〉 등은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빵왕 김탁구〉 제작사인 삼화네트웍스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한 번도 배우나 스태프에 대한 출연료를 미지급하거나 연체해본 적이 없다”며 “한예조가 출연료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제작사 드라마에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지만 〈제빵왕 김탁구〉 연기자들이 이번 출연 거부 선언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예조가 29일 공개한 ‘출연료 미지급 외주 제작 드라마’ 목록에 따르면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은 총 12개 제작사 가운데 삼화네트웍스 등 대형 외주 제작사가 만든 드라마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예조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방송 중인 외주 제작 드라마 전체에 대한 촬영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예조측 목록에 따르면 출연료가 가장 많이 밀린 드라마는 지난해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로 총 5억5600여만원이 미지급됐다.

케이블의 약진…차별화와 대중화로 두자릿수 넘본다

1%에 아등바등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두 자릿수를 넘본다. 감히 맞부딪힐 생각을 못 하던 빅3도 종종 제친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 얘기다.

▲ 한국일보 8월 31일 31면
지난 27일 오후 11시 Mnet과 KMTV에서 방송된 〈슈퍼스타K 2〉가 합계 8.48%(Mnet, KMTV 각각 8.24%, 0.23%ㆍ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 채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시간대 전체 채널 1위였던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10.3%)의 바로 턱밑이다. 〈한국일보〉가 이들 케이블 프로그램 약진의 배경을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화”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채널에서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케이블 채널에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슈퍼스타K 2〉의 김용범 CP는 그것을 특화와 집중으로 설명했다. 그는 “큰 규모의 상금(2억원) 설정, 수십 만 명이 참여한 오디션 진행, 수상자의 음반 발매 등은 음악 콘텐츠에 특화된 Mnet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음악채널이기 때문에 음악에 ‘올인’해도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만들더라도 Mnet처럼 14주씩 연이어 방송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외형은 비슷하더라도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될 경우 독특한 색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러브스위치〉의 경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피에 진행자도 지상파의 단골 MC인 이경규와 신동엽이다. 그런데 서른 명의 미혼 여성들이 남성 출연자들을, 쇠고기 등급 매기듯 하나하나 깐깐히 뜯고 씹으며 적나라한 대사를 쏟아놓는 것은 지상파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장면이다.

과거 케이블TV의 흡인력은 선정성에 비례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적잖은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지금도 이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자극적 소재와 형식이 갖는 상품성은 케이블 업계 내에서도 이제 약발이 떨어져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한국일보는 “선정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광고주들이 시청률 못잖게 사회적 비판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서 ‘자극’에 목맸던 케이블 채널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상식의 범주 내에서 자극을 활용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케이블 프로그램의 시청률 약진은 마니아층이 형성돼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 CP는 “2~3%의 시청률은 리모컨 재핑(넘기기)을 하다 걸린 시청자만으로는 불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섹시코드’ 판박이 걸그룹 과열 시대

최근 들어 걸그룹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선정성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한겨레는 23면 머리기사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포함된 걸그룹들은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는 기본이고, 속옷을 연상시키는 시스루룩 등을 입고 자극적인 춤을 추기가 예사지만, 프로그램은 되레 이를 부추기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자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특정 신체 부위 클로즈업 등 볼거리를 위주로 한 제작 태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방송에 출연하는 걸그룹은 하나같이 ‘핫팬츠+엉덩이춤’이라는 몰개성의 인상이 짙다”며 “우후죽순 쏟아진 걸그룹끼리의 경쟁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외모나 의상 콘셉트, 후렴 부분에 특징을 준 음악 스타일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어 걸그룹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단은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겨레 8월 31일 23면
달라진 시청환경도 걸그룹 섹시화 현상을 부추긴다. 주요 시청층인 10대들이 블로그 등에 열심히 캡처해 인터넷에 소개하고 인터넷 언론들은 일제히 기사로 쏟아내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화제를 일으켜 인지도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소속사도 전략적으로 섹시 코드를 내세운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사랑받았던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를 내세워 섹시 콘셉트로 바꾸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신인 걸그룹 시크릿도 ‘마돈나’로 주목받고 있다.

한겨레는 또한 “〈꽃다발〉〈세바퀴〉 등의 예능프로그램에서 걸그룹들에게 섹시한 댄스를 요구하고 이를 보는 중년의 남성 패널들이 대놓고 좋아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등 개념 없는 방송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방송법에는 어린이·청소년이 시청자인 경우를 전제로 퇴폐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할 뿐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대신 방송사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조심하는 분위기다. SBS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나친 선정적 퍼포먼스나 과도한 노출과 행동으로 방송 품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출연자를 제재하기로 했다. MBC와 KBS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의상 등을 미리 검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노출 관련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적용될지는 애매한 상황이다. 노출이라는 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정해야 하는지 주관적인데다, 가수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노출이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시대가 달라지고 가수들의 퍼포먼스도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노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의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도 배꼽을 보이지 말라고 해서 내부적으로 신경을 썼는데 어느 순간 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며 “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제재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TV, 조선을 주목하다

2010년 하반기 방송계는 조선시대에 주목하고 있다. 〈기찰비록〉, 〈별순검 시즌3〉, 〈성균관 스캔들〉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이 연이어 전파를 탄다. 한겨레는 “왕조를 중심으로 실화를 재현한 정통사극과 달리 과거 배경에 과학수사대, 괴현상, 트렌디 드라마 등 현대극 소재를 심어 눈길을 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밤 첫 전파를 탄 〈기찰비록〉(tvN 금 밤 12시)은 SF 사극을 표방한 조선시대 엑스파일이다. UFO, 4차원의 문, 돌연변이 등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옛적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비행물체의 등장에 변고를 두려워하는 백성들과 조정의 문책을 우려해 쉬쉬하는 지방 관리들의 모습 등 기이한 사건들이 광해군을 둘러싼 권력 암투와 함께 펼쳐진다.

〈별순검 시즌3〉(MBC드라마넷 토 밤 11시)은 조선판 〈CSI〉다. 조선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시즌3은 테러 인질극, 미스터리 첩보 액션, 증권사기극까지 전 시즌보다 범죄 종류가 다양해지고 스케일이 커졌다. 또 조선 최초의 범죄심리 프로파일러가 등장하고 유학파 출신의 조선 최초 여순검이 나오는 등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사건 전개 등이 눈에 띈다.

사극이 배경인 ‘캠퍼스 드라마’도 나왔다. 30일 첫 방송한 〈성균관 스캔들〉(KBS2 월·화 밤 9시55분)은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믹키유천, 박민영, 송중기, 유아인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E채널은 조선시대 기녀들이 억울한 이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복수대행 기방양심정〉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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