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지상파와 공정 경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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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지상파와 공정 경쟁해야”
[종편 기본계획 2차 공청회] 방통위 “종편 스케줄, 헌재와 무관하게 진행”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0.09.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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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 채널 선정을 반대하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상파 방송과 종편 채널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동일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경쟁을 통해 (종편을) 발전시켜야 하지 않나.” (성회용 SBS 정책팀장)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 주최로 3일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강당에서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PP)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본계획안에 대한 2차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2일 열린 1차 공청회 패널들은 기본계획안에 대한 비판과 토론보다는 자사에 유리한 사업자 선정 방식을 주장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학계와 지상파 등 기존의 방송 관련 사업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패널로 나선 2차 공청회에선 방통위 종편 관련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부터 종편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심사사항 및 심사항목에 대한 조언 등이 나왔다.

“종편 논의, 합법·합리적인 일인가”…방통위 “종편 스케줄, 헌재 결정과 무관”

이날 공청회에선 방통위의 종편·보도PP 기본계획안에 대해 논의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공청회 패널로부터 공청회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지적을 받은 것이다.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방송통신팀장은 종편 사업자 선정의 근거가 되는 방송법이 지난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위법한 절차에 의해 개정됐다는 판정을 받았고, 현재 이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절차상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이번에도 헌재가 (방송법 처리 절차에 대해) 위헌·위법 결정을 내린다면 현재 방통위가 추진하는 종편 관련 절차는 무효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의견은 언론·시민단체뿐 아니라 방통위 상임위원 내에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지난 2일부터 이틀 동안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공청회가 열렸다. ⓒPD저널
실제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지난 8월 17일 방통위의 기본계획안 공개에 앞서 같은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양문석 상임위원의 경우 언론 인터뷰를 통해 “10월 중순쯤으로 예정돼 있는 헌재 결정이 있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도 선정 공모가 나가선 안 된다는 게 나의 마지노선”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지난해 10월 헌재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이 침해된 부분은 인정했지만, 방송법 등의 효력에 대해선 ‘유효’하다고 결정했다”며 “정부가 유효한 방송법에 따라 종편 관련 일정과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에 헌재에 제기된 권한쟁의심판 역시 국회의장의 부작위를 확인하는 부분으로, 방송법은 심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청구에 대한 결정과 방송법의 효력과는 무관하다. 만약 이 청구에 대해 인용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지금까지의 행정 행위와 법 진행은 유효하다.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에 따라 방통위는 이날 공청회 이후 이달 중순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세부 심사 기준을 정해 10월이나 11월 중 사업 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종편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관련 심사 배점 높여야”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여한 학계와 방송업계,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보도 기능을 포함하는 언론으로서 종편PP의 공적 책임을 강조했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방송법이 방송의 공적책임 등을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종편 신청 사업자의 주요 주주들이 보수언론과 대기업”이라며 “5개 심사사항 중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관련 배점을 60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민주적 지배구조와 편성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지에 대한 서술 역시 요구할 것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KBS는 수신료 인상을 별개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수신료 인상 시 종편이 수혜를 입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종편을 지원하는 모양이 되는 것인 만큼, 편성 독립 등과 같은 공적 기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종편은 지상파에 준하는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경영의 투명성과 편성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경쟁 위해선 종편 의무재송신 등 특혜 없어야”

방통위는 기본계획안에서 정책목표로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공청회 패널들은 이와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토록 하기 위해서라도 종편에 의무재송신 등 비대칭규제를 통한 특혜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석현 팀장은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사업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방송법에 명시된 유료방송사업자(SO)의 의무재송신 채널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1TV와 EBS뿐임을 지적했다.

또 “방송법 시행령에서 종편의 의무재송신을 규정하는 건 엄청난 특혜이자,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시청자의 80% 이상이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종편을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종편을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시키려면 지상파에 준하게 국내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상향조정하고 중간광고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회용 SBS 정책팀장도 “현재 광고 편성 등에 있어 종편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지상파와 진정한 경쟁 속에 발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지상파와 종편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 역시 광고 경쟁 등에 있어 종편의 상대는 지상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사무총장은 “종편이 지상파와 광고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케이블협회) 회원사들의 생각”이라며 “PP 광고시장의 규모는 770억 수준인데, 이를 179개 PP가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종편 예비 사업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채널연번제’, ‘황금채널’ 등의 특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성 총장은 “채널연번제나 로채널(낮은 채널번호) 등을 먼저 기대하기 보단 종편 도입 목표에 부합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공청회에서 예비 사업자들은 “의무재송신과 낮은 번호 배정 등 정책적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김상혁 서울신문STV 대표)고 요구한 바 있다.

초성운 KISDI 방송·전파정책연구실장도 “정부가 사업을 허가하는 게 사업성의 보장은 아니다. 그런데 가끔 사업자들은 사업권을 줬으면 돈도 벌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사업을 하는 건 사업자의 몫”이라고 강조, 특혜에 대한 요구보단 종편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것을 주장했다.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중요…1개 사업자만 테스트 베드로 선정”

이날 공청회 패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종편의 성공이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지금까진 플랫폼 중심이었지만 매체환경이 변화하면서 앞으로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해지는 만큼, 기본계획안 심사항목에서 콘텐츠 관련 배점(12%)을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회용 팀장도 “사업자가 적을수록, 자본금은 되도록 많을수록 좋다는 게 방송협회 회원사들의 의견”이라며 “기술 만능주의에 입각해 새로운 플랫폼 도입 논의를 과거에 진행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실패했다. 콘텐츠 제작의 능력이 다른 모든 부분보다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일정한 자본금도 필요하다”면서 “우선 테스트 베드로 1개 종편 사업자만 선정, 시장상황을 보고 추가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성 팀장 외에도 한석현 팀장과 성기현 사무총장, 이창수 판미디어홀딩스 대표 등이 종편 사업자를 ‘1개’만 선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창수 대표 역시 종편 사업자 선정에 있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장하면서 “결국 콘텐츠 제작 대부분은 외주제작사에 맡길 것인 만큼, 외주제작 표준계약 가이드라인 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 또한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패널들은 지난 2일 공청회 패널이었던 예비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종편·보도PP 사업자 선정을 “종편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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