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경쟁력? MBC 경쟁력은 공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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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경쟁력? MBC 경쟁력은 공영성!
MBC 종편 위기감에 ‘경쟁력’ 강조…“천박한 상업논리 판칠것”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9.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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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오는 11월 개편과 관련해 내세운 주요 화두는 ‘경쟁력’이다. 종편 출현 등 미디어 빅뱅 시대를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최근 편성전략회의에서 종편 출범을 앞둔 위기감을 강조하며 프로그램 경쟁력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MBC는 시청률과 수익성, 공영성 등 3가지 조건을 근거로 MBC 개편을 추진 중이며 이 같은 맥락에서 〈후플러스〉, 〈김혜수의 W〉 폐지와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MBC 구성원들은 이번 개편 논의가 경쟁력 확보에 관한 어떤 정당한 근거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자협회 기자상과 방송기자상을 4번씩이나 수상한 〈후플러스〉의 폐지나, 각종 국제상을 휩쓸고 동시간대(금요일 밤 12시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인 〈김혜수의 W〉 폐지 모두 MBC의 경쟁력이나 공영성 강화 차원에서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종편을 염두에 둔 개편과 시청률 경쟁이 오히려 MBC의 공영성 후퇴는 물론 브랜드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다. MBC 기자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시청률과 광고 개수 등의 잣대를 통해 내려진 것이라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향후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이미지는 퇴색하고, 시청률 지상주의를 외치는 일개 상업 방송과 다름없는 채널로 추락할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김혜수의 W〉 제작진도 7일 발행한 특보에서 “〈W〉 폐지는 MBC의 공영성 후퇴와 이전투구의 시청률 경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MBC의 브랜드 가치와 채널 이미지 하락으로 연결될 위험이 커 보인다”며 “시청률도 놓치고 회사 이미지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MBC PD협회 또한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경영진은 MBC를 싸구려 상업방송으로 전락시키려 하는가”라고 성토했다. PD협회는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을 비롯한 주변 환경의 급변을 핑계 삼아 마땅히 지켜야할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건강한 비판이 사라지고, 다양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공영방송 MBC는 그 존재의 원칙을 망각하고 천박한 상업논리만이 판을 치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논평을 통해 “권력 비판, 사회 감시, 시청자 알권리 보장 등 공적 책임에 충실한 프로그램들이 상업방송과 구분되는 MBC의 경쟁력”이라며 “만약 MBC가 이런 프로그램들을 없애버리고 상업방송과 구분이 안 되는 편성과 연성화 된 뉴스를 내보낸다면 그야말로 ‘수많은 채널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경쟁력 확보’는 명분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 위축을 의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김광동 이사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등 여당 측 인사들은 지난해부터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뉴스 후〉(〈후플러스〉의 전신) 등을 거론하며 공공연히 MBC 시사프로그램 통폐합을 요구해 왔다. 〈후플러스〉팀의 한 기자는 “폐지 이유는 다른 데 있으면서 경영진이 엉뚱한 이유를 대며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공영방송의 원칙을 지켜라!
- <김혜수의 W> 폐지설을 비롯한 비정상적 개편논의를 중단하라 -
도대체 현 경영진은 다가올 이번 가을 개편을 위해 어떤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정상적으로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검토, 논의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임 있는 경영진이라면 그러한 아이디어들을 검토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큰 원칙에서 공영방송 MBC의 위상과 미래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비전을 공유하고 당면한 개편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어떤가?

현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의 위상과 미래와 관련해 과연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과 뉴스를 공급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기본 원칙이다. 물론 방송사의 존립을 위한 경쟁력과 수익 창출 구조를 갖추는 것 또한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은 공영방송 MBC를 비상케 하는 양 날개이며, 이 균형을 유지하며 개편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시청률 등으로 설명되는 ‘경쟁력’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공익성’과 같은 복잡다단한 평가의 틀 속에서 개편의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MBC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편과 관련한 상황을 보며 우려를 금치 못한다. 몇몇 프로그램들에 대한 폐지가 갑작스럽게 통보되거나 폐지설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작진과 담당 부서장들의 의견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시청률’, ‘손익’이라는 몇몇 수치상의 이유들이 폐지의 근거로 거론될 뿐, 프로그램에 대한 온당한 가치에 대한 평가는 고려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경영진은 일방적으로 해당 제작진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를 통보할 뿐이었다. 또, 외부에서 흉흉히 전해지는 소식에 불안해하는 구성원들에게는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개편의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에게는 끊임없이 경영진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개편의 틀을 짜나가도록 하고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결국 밀실 논의도 모자라 만약 생길지도 모르는 실패에 대한 책임은 실무진에게 미루려는 얕은 술수일 뿐이다. 단순히 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알량한 권력으로 ‘일단 바꿔’만을 외치는 경영진의 무리한 개편 기도는 성공을 담보하지도 못할뿐더러 향후 MBC에 심대한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경영진은 MBC를 싸구려 상업방송으로 전락시키려 하는가?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을 비롯한 주변 환경의 급변을 핑계 삼아 마땅히 지켜야할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비판이 사라지고, 다양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공영방송 MBC는 그 존재의 원칙을 망각하고 천박한 상업논리만이 판을 치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개편은 마땅히 전체 구성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시청자들을 위한, 그리고 MBC의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은 구성원과 시청자의 반발은 외면한 채 본인이 책임지겠다며 과감히 밀어붙이겠다는 객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개편은 마땅히 구성원의 동의와 확신 속에 이뤄져야 하는 변화이다.

우리는 현재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구성원들과 함께 토론하고 필요하다면 설득하라. 경영진이 개편안을 그려내고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상명하복의 방식으로는 누구의 동의도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특정 프로그램을 지키겠다는 아집이 아니라 원칙을 공유하고 비전을 가진 개편이 이뤄져야함을 밝히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다. 공영방송 MBC는 지켜야 할 우리의 원칙이다. 경영진은 공영방송의 원칙을 지켜라!

2010년 9월 6일
MBC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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