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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의 지역이야기]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최근 한 공공기관의 장으로 취임한 분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 분이 난처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부는 익명으로 바꿨다.)

“내가 ○○○에 와서 곤란한 점은 내부 외부의 선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휴가 갔다온 직원이 과자를 가져왔고, 해외 출장갔다 온 직원이 ××박물관의 도록과 작은 물건을 가져왔고, △△국에서 멸치 1박스(처에게 물어보니 3만 원이 안 된다고는 하지만)를 받았습니다. 외부적으로 ○○장이 자체적으로 만든 선물(보석함), 그리고 한 기업체에서 화장품 세트를 보내왔습니다. 이럴 경우 경남도민일보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요. 우리는 외부 부조는 5만원 이하(물론 기관 이름으로 하는 것), 선물도 아마도 어떤 액수 미만만 받도록 규정은 되어 있는 모양인데. 답변 주세요.”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명색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위공직자가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게 순진해 보였고, 한편으론 신선하기도 했다. 이번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온갖 부정과 비리, 그리고 외교통상부의 특혜 채용 파문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에 과연 제대로 도덕성을 갖춘 공직자가 있기나 할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분도 있다. 최대한 성심껏 답변을 써서 보내드렸다.

▲ 관공서나 기업체로부터 받은 선물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탁한 후 받은 영수증 ⓒ김주완
“저희 신문사는 1만 원 이하의 기념품류 외에는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든 상품권이든 선물이든 아예 처음부터 받지 않거나 받은 후에라도 돌려주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불가피하게 받아온 경우, 저희 기자회에 맡깁니다. 그러면 기자회 사무국장이 그런 선물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가게’ 또는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고, 영수증을 받아다 해당 기자에게 줍니다. 그 영수증은 기자가 보관하든, 원래 선물을 준 사람에게 전달해주든 자유입니다.

인사이동 시기에 배달되어오는 화분은 개인소유로 하지 않고, 전체 구성원이 공동으로 받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렇게 액수를 직원 수로 나누면 1만 원 이하가 되죠. 따라서 개인 앞으로 배달되어온 화분이라도 개인이 집에 갖고 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화분이 너무 많을 경우, 사원들을 상대로 경매를 한 후, 그 돈을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합니다. 가끔 수박이나 떡, 빵,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받았을 경우에도 전체 사원이 공동으로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사무실에서 나눠먹습니다.

명절 때는 어떻게 집 주소를 알았는지 택배를 통해 집에 선물을 보내오는 업체나 기관이 있는데요. 보낸 사람을 확인한 후, 즉석에서 택배 배달원에게 ‘수취거절’로 반송을 요구합니다. 실수로 가족이 받아버린 경우에는 다시 회사로 갖고 와서 역시 기자회에 처리를 맡깁니다.
편집국장을 맡고 보니, 기관 단체장이나 기업주를 만날 경우 넥타이나, 지갑 벨트 같은 선물을 주는 분이 있더군요. 자기 회사의 로고가 박힌 선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더군요. 로고가 박힌 것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기도 뭣하여 제가 보관하고 있다가 특종을 하거나 좋은 기사를 쓴 기자, 특별한 취재로 고생을 한 기자들에게 ‘격려 선물’로 줍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집에 가져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이상이 지난 11년동안 경남도민일보에서 형성된 선물이나 촌지 처리방식이었습니다. 참, 저희 사내에서 직원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만, 가끔 외국 여행을 다녀오거나 하면 작은 선물을 사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그냥 받습니다. 그러나 관직에선 그걸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잘 판단하기 어렵네요.”

자칫 우리 자랑질로 비칠 수도 있지만, 추석 명절을 앞두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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