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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포항MBC 신영민 PD

포항MBC 특별기획 HD다큐멘터리 <독도野> (포항MBC 8월6일 방송, MBC 8월15일 방송/9월25일 오전 오전 8시 재방송 예정)

독도는 자연이다. ‘자연’이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에는 암컷 동물의 생식기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자연은 만물의 생식기, 바로 만물이 태어나는 장소, 즉 만물의 기원이다. 그것은 만물이 태어나서 자라고 변화하는 법칙이자 존재방식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아직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던 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의미한다.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만물의 총체속에서 그 일부분만을 이루고 있다.

▲ 포항MBC 특별기획 HD다큐멘터리 <독도野> ⓒMBC
그런데 현실의 독도는 어떠한가. 독도의 자연에 대한 의미는 없었다. 국가주의라는 이념의 틀, 역사적 관점, 각종 개발론 등 소유와 편의와 이익만을 위한 담론만이 무성했다. 바로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시각이었다. 하지만 독도는 약 46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모습을 나타냈으니 출현 시기도 먼저고 인간이 발을 들여 놓기 전부터 이곳은 미생물과 각종 동식물의 터전이었다. 독도의 가치를 이해하려면 독도의 하늘과 바람, 풀, 새, 물고기 등 태고 때부터 독도를 지키고 살아온 이들이 누구고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2010년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고 아직도 한일간에 가장 첨예하게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독도의 자연에 대한 탐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근 간혹 나오는 독도의 자연 다큐멘터리가 대부분 짧은 기간의 취재로 만들어지고 평가되는 것을 경계하고자 촬영만 온전히 1년을 하기로 하였다. 생태계는 어떤 지역에서 생물과 서식환경이 유지하는 상호관계이고 그 자연의 흐름이란 최소한 1년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독도가 있어왔던 전체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 포항MBC 특별기획 HD다큐멘터리 <독도野> ⓒMBC
이런 의도와 각오를 가지고 취재는 시작되었고 이방인으로서의 낯설음을 떨쳐버리고 독도의 자연에 동화되고자 하였다. 독도가 허락하는 온전한 모습을 담기위해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되고 때로는 독도의 한 부분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쉴 새 없이 끼는 안개, 언제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중촬영 등은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조건들이었다. 물도 음식도 거주하는 공간도 충분하지 않았고 안나푸르나를 몇 번이나 오른 듯한 고행의 힘겨움이 있었고 사람들 곁을 떠난 외로움의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

▲ 포항MBC 신영민 PD
독도와 함께 했던 1년. 문명을 떠나니 독도의 자연이 보였다. 한낱 돌섬에 불과할 것 같았던 독도에는 수많은 생명이 펄떡이고 있었다. 그 속에는 필사적으로 새끼를 낳고 키워서 새로운 세대를 지켜내는 위대한 모정과 부정이 있었고, 먹느냐 먹히느냐의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억겁의 경험이 축적된 생존전략이 있었다. 육상과 수중의 경계를 허무는 공존이 있었고 한 생명의 죽음이 다른 생명들에게 에너지를 나눠주는 거룩한 순환이 있었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질서가 있었고 그러면서도 생태계의 균형을 맞춰주는 오묘한 법칙이 있었다.

대자연 독도가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을 떠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잘 간직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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